자녀관리 철저한 보딩스쿨도 대안
데이비드 어머니는 그렇게도 오고 싶지 않은 미국에 다시 왔다. 막내 아이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겠다고 때를 썼기 때문이다. 그럴 법도 하다. 이제 이곳에서 적응할 만한데,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데이비드가 이곳 노스리지에서 학교를 다닌 지도 2년이 넘었다. 7학년인 그에게 세 번째 학교이다. 두 해 전에 미국에 와서 공부할 거냐고 물었을 때는 그냥 엄마가 알아서 하라는 아이였는데, 어느새 싫고 좋은 것을 굽히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엄마로서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 잘 길러주고 싶지만, 미국에 와 일도 없이 하루하루 아이만 바라보고 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엄마로서 뿐만 아니라, 직업인으로서 내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남편과 떨어져 사는 것도 견딜 만하였건만, 지난 여름 모처럼 함께 지내다 보니 더 이상 떨어져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
시큰둥하게 미국생활을 다시 하던 차에 필자로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와 아이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해법으로 주니어 보딩스쿨이라는 카드가 제시되었다.
주니어 보딩스쿨이란 6학년부터 9학년까지의 중학교 과정이 제공되는 기숙학교를 말한다. 주니어 보딩스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아이가 다니는 사립학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었다. 사진을 보니 우리 아이보다 작은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과연 우리 아이가 입학할 수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걱정이 앞섰다. 여러 학교 입학 지원서를 작성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닌 데다, 학교를 방문하여 인터뷰를 치러야 한다는 규정에 자신감을 잃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아이는 발음이 똑바르지 못한 데다, 가끔 엉뚱한 답변을 서슴지 않는다. 필자의 권유에 따라, 인터뷰에 대비한 스피치 코치로부터 클리닉을 받기로 하였다.
첫날 데이비드는 대화의 초점을 맞추지 못하였다. 몇몇 기초적인 질문과 답변을 마친 뒤, ‘너에게 있어서 뛰어난 점과 문제가 될 만한 점들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데이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내가 잘 하는 것은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다. 우리 엄마 아빠, 선생님들, 심지어 교장 선생님도 나를 말리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 문제점은 화가 나면 때로는 물건을 쳐서 부수기도 한다는 것이다”라고 답변하였다. 스피치 코치는 데이비드는 통제가 되지 않는 아이는 아니라고 보았다. 이 아이는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과 해도 되는 말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해하려 하여도 인터뷰 도중 이렇게 답변하는 아이를 뽑아 줄 리는 없다. 데이비드를 잘 아는 엄마는 웃고 말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고민스러웠다.
인터뷰 연습은 거듭되었다. 코치는 질문에 대해 어떤 식으로 답변해야 하는 지 일일이 데이비드에게 설명해 주었다. 나아가 어떻게 앉으며, 어떻게 편안히 보일 수 있는지, 그리고 첫 인상을 어떻게 하면 좋게 줄 수 있는지 등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심어주려 노력하였다. 데이비드가 가끔 자신이 얼마나 외로워하는지 말하곤 하였기 때문이다. 불과 몇 주만에 데이비드가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였다는 말에 코치는 매우 안도하였다.
이제 오늘이 마지막 연습이다. 이번 주말에는 학교도 빼먹고 동부에 날아가 나흘 동안 일곱 학교를 방문하며 인터뷰를 치를 것이다. 데이비드는 다짐한다. 내가 꼭 입학하여 엄마가 한국에 있는 아빠와 함께 살 수 있게 해 줄 거라고.
(213)500-9067
알렉스 정 <윌셔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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