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져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 - 바로 플래스틱 백, 비닐봉지이다.
생각해보면 비닐봉지처럼 편리한 것이 없다. 비닐봉지 하나의 가격은 1-2센트, 무게는 몇 그램, 두께는 몇 mm. 이렇게 값싸고 가볍고 질기고 방수효과까지 있는 물건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시장을 보든, 드라이클리닝 한 옷을 찾든, 식당에서 음식을 사든, 책방에서 책을 사든 … 내용물은 달라도 그 모두를 담는 것은 비닐봉지이다. 비닐봉지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생활은 비닐봉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방에 널린 것이 비닐봉지. 바람 부는 날이면 제일 먼저 날아오르는 것 역시 비닐봉지이다. 너무 친숙한 광경이어서 시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쪽파 두 단 담아온/검정 비닐봉지//빈 비닐봉지//도둑바람에 날아올라/저 혼자 귀머거리춤을 추더라/어쩌다가/울 넘어 흐지부지 가버리더라//어머니”<고은 ‘비닐봉지’ 전문>
바람에 휙 날아가 버리는 비닐봉지를 보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이다. 시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1998년 당시 그는 히말라야에 있었다고 한다. 고소증으로 어질어질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서 휙 스치고 지나가더라고 했다.
이렇게 친숙한 비닐봉지가 몇 년 후면 보기 힘들어 질 것 같다. 캘리포니아는 오는 2012년부터 플래스틱 백 도매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도매로 팔지 않으면 가격이 비싸지고, 가격이 비싸면 마켓 등지에서 지금처럼 인심을 쓸 수는 없게 될 것이다.
비닐봉지 반대 운동은 지금 세계적인 추세이다. 아일랜드, 방글라데시, 남아공, 타일랜드, 타이완 등이 앞장을 섰고 캘리포니아가 이에 동참을 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2002년부터 비닐봉지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고, 남아공 정부는 비닐봉지를 두껍고 튼튼하게 만들도록 규정, 가격이 비싸지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두 나라 모두 90% 이상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홍수가 잦은 방글라데시에서는 비닐봉지들이 하수구를 막는 일이 잦자 2002년부터 비닐봉지를 전면 금지했다.
값싸고 편리한 비닐봉지가 이렇게 구박을 받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너무 싼 덕분에 너무 남용이 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쓰는 비닐봉지는 매년 5,000억 - 1조 개. 미국에서 쓰고 버리는 것만 1,000억 개로 원유 1,200만 배럴을 내다 버리는 만큼의 자원 낭비이다. 봉지 제조에 따른 환경오염은 또 다른 문제이다.
둘째, 비닐봉지의 문제점은 도무지 썩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 쓰고 버린 비닐봉지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려면 적어도 1,000년이 소요된다. 지금같이 비닐봉지를 펑펑 쓰고 버린다면 언젠가는 지구 전체가 비닐봉지 매립지로 바뀌고 말 것이다.
마구 버려진 비닐봉지는 이미 돌이킬 수없는 재해를 몰고 오고 있다. 먹이인줄 알고 꿀꺽 삼켰다가 죽고 마는 조류가 연간 100만 마리, 고래 돌고래 등 바다 포유류가 10만 마리에 달한다.
방법은 하나이다. 장바구니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각자 자기 샤핑백으로 시장을 보는 BYOB(Bring Your Own Bag)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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