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탈북자가 밝힌 美생활 9개월 소감
(애틀랜타<美조지아주>=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초창기 미국에 이민 온 한인 1세대들의 고생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2004년 10월 북한 인권법 제정 이후 64명의 탈북자들이 미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가운데 남부의 한 지역에 터전을 잡은 20대 후반의 탈북자 이모씨가 밝힌 미국생활 소감의 한 대목이다.
북한 탈출 1년7개월여만인 지난해 12월 미국에 입국해 미국생활 9개월째에 접어든 이씨는 지난 27일 연합뉴스 특파원의 출장 취재에 여러 차례 고사 끝에 인터뷰에 응하면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이씨는 저는 난민구호단체와 한인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나름대로 살고 있지만 이민 1세대들의 경우 말도 통하지도 않고, 도와주는 사람들도 없었을텐데...라며 주변의 도움에 감사의 뜻부터 표시했다.
제3국에 있는 유엔고등난민판무관실에서 망명지를 선택할 당시,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여서 불이익 등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에 미국을 선택했다면서 미국이란 나라는 물론 완벽한 사회는 아니지만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등 나름대로 긍정적 요소가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며 짧은 기간 체득한 미국생활에 대한 평을 전했다.
그는 이름과 나이 그리고 북한 탈출후 체류했던 국가를 밝힐 경우 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면서 비공개로 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부모님에게 더 불효는 않고 싶다고 말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안위를 많이 걱정했다.
최근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 등으로 침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며 취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미용재료 외판을 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휴대전화 가게에서부터 책방, 창고, 클럽일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해봤다면서 신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별로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면서 경기가 안 좋기는 안 좋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온 뒤 인터넷을 통해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그는 월급은 적더라도 장래성이 있는 일자리를 얻고 싶다고도 했다.
미국 입국 후 난민구호단체인 `월드 릴리프’ 등에서 초기 정착을 지원해줬고, 이후 한인 교회 등에서 여러모로 도움을 줘 육체적으로 크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20여년간 살아온 사회 및 체제와는 전혀 다른 사회에서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면서 정신적으로 좀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힘들 때마다 북한을 탈출할 당시를 생각한다는 그는 탈출할 때는 지금보다 더 막막하고, 더 절망적이었는데 해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힘내자’고 자신을 격려한다면서 그러면 돈은 없어도 주머니가 불룩해지는 느낌이고,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탈북자들이 미국생활에 적응 못 하고 다른 지역으로 자주 이동하는 사례나 한국의 일부 탈북자들이 미국행을 시도하는데 대해서도 해명성 설명을 했다.
탈북자들의 경우 대부분 북한을 탈출한 후 5-6년 방랑생활 끝에 망명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검문검색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자주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또 가족과 형제도 없는 만큼 좀 힘들면 다른 지역으로 쉽게 떠날 수 있는 성향이 있다는 것.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이왕 미국에 온 만큼 한인사회의 지원에만 의존해 살 수는 없다면서 한인사회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독립해 나가야 하며, 미국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미국 의회에서 북한인권법 시한이 연장된 점을 거론하면서 더 많은 탈북자가 미국에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중국식으로 개방만 해도 더 이상 난민은 생기지 않을 수 있다며 북한의 체제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a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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