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 무려 7천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법안이 미 하원에서 부결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워싱턴 정가에서는 `구제(bailout)’라는 단어가 풍기는 의미가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라면서 `구조(rescue)’라는 말을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구제라는 말에는 어려움에 처한 개인이나 기관에 대해 통상 자금을 빌려주는 일이라는 사전적 뜻을 내포하고 있어 납세자들이 들으면 `돈’을 바로 연상하게 되고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월가의 부자들을 살리는 것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반면 구조라는 단어는 위험하고 유해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1일 상원의 `구제금융법안’ 처리를 앞두고 언론에도 `구조’라는 표현이 부쩍 늘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1일자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은 `의원들 구조계획(rescue plan)을 수정하다’였고, 유에스에이 투데이의 헤드라인도 `상원 구제금융을 구조하기 위해 움직이다’였다.
앞서 공화당 존 매케인 대선후보는 30일 CNN방송에 출연해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구제’라는 말을 쓰지 말고 `구조’로 부르자고 제안하고 그 이유는 이것이 미 실물경제(메인 스트리트)에 대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구조’라는 말을 6차례에 걸쳐 썼지만, `구제’라는 단어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구제’라고 이름 붙은 법안이 이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 속에 지지를 얻기 어려워졌다면서 서로 비방하는 워싱턴 정가에서 광범위하게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있다면 이는 이번 구제계획이 어떻게라도 소생을 하려면 다시 이름 지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 상공회의소의 브루스 조스틴 부회장은 (법안 통과의) 난관은 ‘구제’라는 단어를 극복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구제가 아니라 미 재무부가 한동안 처분해야 할 독소 자산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날 ‘구조안을 구조하자’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월가의 갑부들이 6천만달러의 보너스를 가져가는 것에 대한 분노는 전적으로 이해가 되지만 지금처럼 신용시스템이 무너질 때는 그것이 구제를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일지라도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번 구제금융안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월가의 ‘살찐 고양이’를 파랗게 질리도록 만들 때까지 숨을 참겠다고 한다면 월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며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자본과 유연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ksi@yna.co.kr
ju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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