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중독자 킴(왼쪽)은 언니 레이철의 결혼식 준비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킴의 어머니 역의 데브라 윙어.
★★★½(5개 만점)
온집안 들쑤시긴 했지만… 감동으로 올린 결혼식
가족의 아픔 불구하고
영화는 삶의 활력 충만
뉴잉글랜드 지역에 사는 핵분열된 한 부유한 백인 가정의 장녀 결혼식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정신적 감정적 언어적 혼란과 긴장과 대결 그리고 기쁨 등을 사실적이요 유연하게 그린 예술적 작품이다.
노아 바움박 감독의 ‘결혼식의 마고’를 연상시키는데 무지무지하게 말이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자기들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해 말의 성찬을 이룬다. 영화를 보면서 한 동안은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 하고 혼란을 겪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작중 인물들이 자아내는 기운에 완전히 몰입돼 그들과 함께 하게 된다.
얘기가 매우 리드미컬하게 서술되는데 이 영화가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온갖 형태의 음악과 노래가 계속 나오면서 얘기의 리듬을 이끌어가고 있는 점이다. 한 가족이 안고 있는 깊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삶의 기쁨과 활력으로 가득하다.
9개월간 약물중독치료센터 생활을 한 킴(앤 해사웨이)은 언니 레이철(로즈메리 드 윗)의 결혼식을 맞아 집을 방문한다. 레이철의 신랑감은 흑인 음악가인 시드니. 킴이 약물중독자가 된 것은 오래 전 사고로 죽은 어린 남동생 이산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다. 이산의 죽음의 그림자는 킴의 온 가족 위에 드리워 있다.
킴은 집에 도착한 뒤 가족들과 형식적인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으로 자신의 고통과 분노와 좌절감을 사방팔방으로 분출한다. 이로 인해 결혼식을 준비하는 가족과 하객들이 난감한 지경에 빠진다. 킴이 정면 대결하는 사람은 레이철. 레이철은 레이철 대로 자기 결혼식을 어지럽게 만드는 동생에게 화를 내고 킴은 킴 대로 ‘결혼식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하는 식으로 집안을 온통 뒤집어놓는다.
이런 분위기를 호전시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진보적이요 포용력 있는 킴의 아버지 폴. 이런 판국에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한 킴의 어머니(데브라 윙어가 오래간만에 스크린에 복귀 좋은 연기를 한다)가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집안의 온갖 비밀이 드러난다.
마침내 결혼식이 거행된다. 결혼식 후 시드니가 레이철의 손을 잡고 무반주 노래를 오래 부르는데 감동적이다. 그리고 피로연이 끝나고 모두들 제 갈 길로 간다.
이 노래뿐 아니라 전기기타와 아랍 플룻 등 악기 연주와 여럿이 함께 부르는 노래들이 영화의 하모니를 곱게 조성한다. 그리고 카메라가 마구 출렁대면서 작중 인물들의 기분 변화를 제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예측할 수 없이 그냥 흐르는 대로 얘기가 진행되는 즉흥적 산책 같은 영화로 해사웨이가 맹렬한 연기를 한다. 조나산 데미 감독. R. Sony Pictures Classic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823-8233), 셔먼옥스 아크라이트(818-501-0753), 웨스트팍(800-FANDANGO #144),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hjpark@koreatimes.com
박홍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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