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또 다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지난 19일에는 이미 불능화 조치에 들어갔던 영변의 핵시설을 재가동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1993년과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핵무기를 가지고 벼랑 끝 대결을 벌이려는 속셈이다.
한국전은 국가 경쟁력으로 볼 때 이미 승패가 나있는 것과 다름없다. 북한은 이미 한국의 맞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한국의 군사력을 더 이상 당해 내지 못하고 기대했던 미국으로부터의 체제보장마저 얻어내지 못하자 핵무기 몇 개를 만들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벼랑 끝 대결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속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니나 겨우 가미가제나 자살폭탄 같은 막가파 방법을 가지고 선군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명색이 일국의 국방위원장이란 사람이 일말의 부끄럼도 갖지 않는단 말인가?
이번 조치는 김정일의 병세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북한의 건국일인 99절 행사에 참석치 않아 노출되기 시작한 김정일의 와병설은 경증이다, 중증이다 제 멋대로 퍼져나가다가 급기야는 “칫솔질 할 정도”라는 코미디 같은 말까지 보도될 정도가 됐다. 북한 같은 1인 독제체제에서는 지배자의 유고 시 내부결속을 위해 극도의 보안과 대외 강경정책을 쓰는 것은 상식적인 술책이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북한으로서는 계속 문을 닫고만 지낼 형편이 못되기 때문에 곧 그들의 상투적인 방법을 쓰리라고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내외의 민간기구, 특히 해외동포들을 통해 우선 급한 불을 끄려 할 것이고 다음은 차츰 긴장 조성을 곁들여 정부 당국에 손을 벌리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선별적 원조를 할 것이므로 예전 ‘퍼주기 방법’처럼 마음먹은 대로 얻지는 못할 것이다. 나라를 세운지 60년이 되어서도 또 대를 이어서도 아직 인민들이 배를 채워주지 못해 이웃나라로 대거 탈출하거나 다른 나라에 구걸행각이나 하는 주제에 ‘영명한 지도자’ 동지라는 호칭이 낯간지럽지도 않은가.
김정일은 세상 사람들이 공인하는 포악무도한 군주이다.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후광과 무자비한 숙청으로 요행히 오랜 기간 명줄을 지탱해 왔다. 독재자의 말로는 아무리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어도 역사가 늘 그러했듯이 백성이나 측근 또는 젊은 엘리트 그룹에 의해 내일을 장담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거기에 나이도 어느덧 66세가 이르렀으며 더구나 건강도 온전치 않아 이제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머지않아 한국이 통일될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그 후가 어찌 전개될 것인가를 불을 보듯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한 가닥 솟아날 구멍이 남아 있는 것이다. 자신과 가솔의 구명도생을 걱정치 않아도 되고 장군의 진짜 위신을 세울 수 있으며 거기다가 통일의 일등공신이 될 수도 있는 마지막 절호의 기회가 있으니 바로 패배를 인정하고 깨끗하게 항복하는 길이다. 종교인들은 쓸 데 없는 대회나 길거리에 나서기보다는 이 일을 위해 먼저 기도해야 할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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