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최진실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 2일 톱 탤런트 최진실(40)씨의 갑작스런 자살 소식이 매스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20년간 그녀의 데뷔, 국민요정, 결혼, 이혼, 재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이들은 뜻하지 않게 날아든 비보에 ‘가까운 친구’를 잃은 것처럼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자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제3자의 입장에서 냉철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경찰, 탤런트 최진실 사망보고 확인 중’이라는 뉴스속보를 접한 뒤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최씨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LA한인타운에서도 한인들이 관련된 자살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 수년간 가족 또는 친지를 살해한 후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들도 몇 차례 일어나 한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자살사건의 원인이나 예방법을 취재하다 보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은 일을 저지르기 전 틀림없이 누군가에게 죽음에 대해 말했을 것이다. 이런 발언을 귀 담아 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씨도 죽음을 선택하기 전 지인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누군가 ‘죽고 싶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괜한 소리 왜 하느냐” “죽기는 왜 죽느냐”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몰아세울 일이 아니다.
관심을 갖고 그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비극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가장 먼저 “죽고 싶다”는 말에 얼마나 본인의 ‘의지’가 담겨 있는지 꼼꼼히 살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말하는 태도나 억양, 눈빛 등을 눈여겨보면 도움이 된다. 죽기 전날 밤 매니저와 가진 술자리에서 “죽고 싶다”고 말했던 최씨도 자살하기 직전 한 지인과의 전화통화에서 “힘들다. 죽을 거다”라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심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담이나 버릇처럼 하는 말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지 슬며시 물어보는것도 좋을 듯 하다.
“죽을 만큼 힘들구나. 방법도 생각해봤어?” 또는 “언제쯤 계획을 세웠어?”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는다면 상대방이 얼마나 심각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했는지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구체적으로 시기와 방법, 장소까지도 말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본인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거부한다면 가족 또는 지인이 적극 나서야 한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기에 전문가를 찾아가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죽고 싶다’는 말은 그 순간 “살고 싶다. 도와 달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외롭고 힘들었다. 세상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거침없이 표현했다. 낯선 땅에 이민 와서 힘겹게 살아가는 많은 한인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더 이상 가까운 곳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동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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