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재(내과전문의)
참 우울한 일요일을 보냈다. 우중충한 날씨에 급강하한 기온은 쌀쌀하기까지 했다. 가을이 왔는가 했더니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듯 해서다. 겨울을 싫어하기 때문이다.날씨도 날씨였지만 일요판 뉴욕타임스나 인터넷 소식은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다. 오는 11월 4일의 미국 대선 여론 동향이었다.
이제 한 달 정도 남았다. 그런데 매케인과 페일린 공화당 후보가 상대 진영에 여론상 6%에서 8% 뒤질 뿐만 아니라 선거인단에서도 한참 밀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다.한때는, 그러니까 9월 3일 세인트 폴에서 있었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혜성같이 나타났던 새라 페일린 덕분에 여론상으로나마 엎치락 뒤치락하더니 언론, 방송을 향해서 도전적 발언을 한 페일린의 그 말 때문인지 리버럴하다는 매체는 가만 있지 않았다.그녀의 전력을 캐기 시작하고 공직 오용 내지는 남용을 까발리고 있었다. 드디어는 두 번의 인
터뷰 후에는 ‘무식한 페일린’으로 전락시키고 있었다.
“내가 워싱턴에 가는 것은 언론인 여러분들의 치사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해서 가려 한다”는 그 한마디에 화면에 비쳤던 어느 TV 앵커맨의 어이없는 표정을 보았을 때 예측되었던 집중포화였다.소위 제 4부로 치부되는 언론을 질타해 버린 솔직한, 너무나 솔직한 그녀의 발언이 빌미를 제공했는지는 모르지만 지난 8년간 부시 행정부의 두 가지 악재, 곧 전쟁과 경제문제에 매케인, 페일린 후보가 발목 잡히고 있는 것이다.월스트릿의 문제가 이제는 일반 국민들의 안녕 문제로 파급되어 지난 9월 한달 동안에 일자리가 15만9,000개나 감소되었다는 발표는 이러다가 경제공황이 오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확산되어 공화당 실정으로 매도되어 가고 있다. 그 결과가 여론 동향에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세상에서 가장 애국심이 높다는 미국인들도 결국은 자기 식탁을 걱정하고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시민의 결집체인가 생각케 한다.그러나 매케인 후보가 밀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공화당원으로서 당파적 애착심을 갖고 있는 것이 요인이겠지만 매케인의 과거 전력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왜 미국인들은 그것을 높이 사주지 못하는 것일까에 대한 회의감이다.
나는 여기서 미국은 매케인에게 왜 빚을 지고 있는가를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얼마 전 CNN은 주말 특집방송으로 2시간에 걸쳐서 매케인의 일대기를 방영했다. 추락으로 인한 부상과 고문으로 두들겨 맞은 그는 석방 후 오른쪽 다리를 한 치도 구부릴 수 없었다. 그는 비행기를 다시 타기 위해 고문보다도 더 혹독하고 아픈 물리치료 후 9개월만에 다시 파일럿이 된다는 얘기를 보았을 때 나는 왜 그가 “나라 먼저(Country First)”라는 구호를 이번 선거에 내걸었는가를 이해하고도 남는다.지금 미국은 대내, 대외적으로 힘든 고비에 들어있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다. 두 개의 전쟁 정당성과 뒤따른 경제 침체는 여기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조만간 덮쳐 오겠지만 나는 미국이 다시 일어나리라고 믿는다. 그 이유는 우리 속에 매케인 같은 사람이 허다하고, 이들의 애국심은 (1)자원봉사와 (2)기부정신으로 민주 시민사회의 근간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날이 멀지 않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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