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우리는 추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며 뉴욕을 다녀왔다. 우리 모두는 고교 시절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본다는 생각으로 들떠 있었으며, 우리 자신들도 여고생이 되어 그때의 교실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오면서 친구들이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할 때도 많았지만 내 생활에 얽매여 정신없이 달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세월은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그렇게 소리 없이 흘러가버린 느낌이다.
서울에서 200여명, 워싱턴에서도 30여명, 그리고 캘리포니아, 캐나다, 시카고, 일본, 중국 등지뿐만 아니라 작년에 정부일로 워싱턴에서 독일로 이사간 후배까지 며칠 휴가를 얻어 이곳에 왔다. 가는 곳마다 어느새 한 반을 했던 같은 기 끼리 모이고, 머리를 맞대고 지나간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 어떤 아이는 옛날 여고 시절 사진을 가지고와서, 들여다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멀리 떨어져 살았어도 같은 시대를 살아온 우리인 탓인지 서로 모든 것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많은 남편들도 함께 참석했으며, 해마다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총동창회는 워싱턴-토론토-한국-시카고를 거쳐 이번에 뉴욕이었으며, 다음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허드슨 강가를 도는(circle line) 환영파티에서 각 지역의 장기 자랑도 인상적이었고, 불 켜진 자유의 여신상과 인공 폭포를 돌던 추억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래전 수학여행 가서 선생님들 신발을 바꾸어 놓았던 일, 한 친구는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음악 선생님이 너무 맘에 들어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음악시간 전에는 화장실에 가서 생달걀을 한 개씩 꼭 먹고 들어갔다고 해서 우리 모두 한바탕 웃었다. 다른 친구 하나는 교생 선생님이 너무 너무 멋진 것 같아 잠을 못 잤지만 막상 그의 앞에서는 떨려서 말 한마디도 안 나오더라고 해서 한바탕 또 웃었다. 또 한 친구는 영어선생님이 영어회화를 너무 잘 해 존경스러워서 학교 가까이 있는 선생님 집 앞을 지날 때 마다 90도 절을 꼭 3번씩하고 지나갔다고 해서 또 한바탕 폭소….
선생님들도 몇 분 참석하시고 우리는 ‘여고 시절’ 노래를 부르며 마음은 아마 그 때의 교실 안에 앉아 지나간 얘기들을 실타래 풀듯 하나씩 풀고 있었다. 요즈음 정신과 의사 상담 한 시간에 150불 한다는데 돈 많이 안 들이고 우리는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워싱턴에서 가신 건강이 좋지 않으셨던 선배님이 급히 주치의를 보셔야하는데, 함께 버스를 타고 왔는데 어떻게 워싱턴에 돌아가나 걱정하고 있을 때 뉴욕에 사는 후배 하나가 서슴지 않고 나와 자기가 남편과 함께 갔다 오겠다고 했다. 후배는 남은 일정을 남겨두고 뉴욕에서 워싱턴까지 5시간 모셔다 드리고, 오는데 5시간을 아무 말 없이 다녀와서 저녁 환영 파티에 참석했다. 나이 어린 후배지만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 선배님 남편께서는 너무 고마워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고 했다.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후배님 부부, 그들이야말로 험난하고 거친 세상 진흙 속에서 영롱한 연꽃을 피워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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