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같은 성격의 가자, 얼음처럼 차분한 호투
업튼 롱고리아 발델리 페냐 ‘릴레이 홈런포’
보스턴 레드삭스는 하마터면 약 100년만에 처음으로 홈구장에서 포스트시즌 셧아웃 패배를 당할 뻔했다. 7회말에 어렵사리 1점을 쥐어짜 이 수모는 용케 피했다. 그에 못지 않은 기록이 남았다. 창단 이래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2연속 8점이상 허용했다. 그래도 이겼으면 다행이다. 완패했다.
작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레드삭스가 13일 홈구장 펜웨이 팍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ALCS) 3차전을 1대9로 내줬다. 1승 뒤 2패다. 레드삭스가 ALCS 경기에서, 그것도 홈구장에서 이렇게 무기력하게 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004년 뉴욕 양키스전에서 8대19로 지고, 1990년에 오클랜드 A’s에 1대9로 진 것이 고작이다. 레드삭스로서 다행인 것은 점수의 이월이 없다는 점이다. 1점차 패배든 10점차 패배든 같다. 2004년 레드삭스는 그러고도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점수든 부진이든 이월효과가 없는 건 탬파베이 레이스에도 공평하게 적용된다. 13일 경기에서 레드삭스의 가공할 타선을 잠재운 선발투수 맷 가자의 안정피칭은 조 매든 감독 등 레이스의 코칭스탭마저 놀라워할 정도였다.
6회말까지 5안타 2볼넷 5삼진 0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한 가자는 7회말 선두타자 제이슨 배리텍에게 볼넷을 내주고 후속타자 알렉스 코라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에 강판됐다. 3루주자 배리텍은 재코비 엘스베리가 바뀐 투수 하월로부터 우익수쪽 희생플라이를 쳐 득점했다. 이것이 가자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레드삭스의 점수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월은 곧 안정을 되찾아 8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했고 9회말에 등판한 잭슨도 시속 97, 8마일짜리 강속구를 뿌려가며 레드삭스의 마지막 공격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덕아웃에서 팀동료와 주먹다짐을 벌이는 등 볼 컨트롤 이전에 마인드 컨트롤에 문제가 많았던 가자는 이날 공이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거의 마음먹은 대로 들어가는 로케이션 피칭을 선보이며 레드삭스 강타선을 ‘아주 차분하게’ 요리했다.
반면 레드삭스 선발투수 잔 레스터는 레이스 젊은피들의 초반 홈런세례에 대량실점, 5.2이닝(2홈런 포함 8안타 2볼넷 7삼진 5실점)만에 물러났다. 올해 정규시즌에 홈구장 11승1패를 기록했던 레스터는 가중치 높은 이날 홈경기에서 패배, 종전의 놀라운 기록에 빛이 바랬다. 레스터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폴 버드(3.1이닝)도 그럭저럭 잘 버티다 결정적 고비에 홈런 2방을 허용하며 4실점했다.
안방불패에 가까웠던 레스터와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영입한 폴 버드를 무너뜨린 레이스의 홈런포는 B.J. 업튼, 에반 롱고리아, 로코 발델리, 카를로스 페냐로부터 뿜어나왔다. 특히 1대0으로 앞선 3회초 무사 1, 3루에 레스터의 승부구를 받아쳐 3점짜리 굳히기 홈런을 친 업튼은 올해 포스트시즌에만 5호째 왕대포를 기록했다. 그는 또 이날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최연소 5홈런(24세53일)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기록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앨버트 푸홀스가 2004년에 가을의 클래식에서 기록한 것이었다. 당시 그는 24세275일에 5호홈런을 쳤다.
기세가 오른 레이스는 롱고리아의 중원 솔로홈런으로 점수차를 더 벌린 뒤 8회초 발델리의 3점홈런과 9회초 페냐의 솔로홈런으로 레드삭스 마운드를 두들겼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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