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윤(1968~) ‘손맛’ 전문
식당에서 찌개를 먹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누군가 이십 년 된 손맛이라 일러주었다
끄덕끄덕 주방 아주머니 손을 훔쳐보았다
식당 마루에
세 살 남짓 아이가 걸어가더니 화분의 몽돌을 집어든다
누구 손맛인지 예쁘게 키웠다
매일 기저귀 갈아주고 이불 덮어주고
먹여주고 닦아주고 업어주고 쓰다듬으며 키웠을
손을 생각해 보는 것인데
몽돌이 떼굴떼굴 구른다
부드러운 저 몽돌은 어느 바닷가
파도의 오래된 손맛이다
후식으로 나온 사과도
비와 바람과 햇빛의 손맛이고
사과나무 돌보던 농부의 손맛이다
손바닥을 펴본다
손안의 세상이 미지의 눈으로 꿈틀거린다
길가 벚나무의 수많은 손가락이
꽃눈을 밀어올리던 맛있는 봄날
전화가 왔다
바빠도 밥은 꼭 챙기 묵그라
수화기에서 나온 어머니 손이 물비늘처럼
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우주 안에 것들은 그 어떤 손맛에 의해서 길러지고 길들여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어느 것도 저절로 맛이 드는 건 없는 법이라고. 세상의 손맛 가운데 무어니 해도 최고는 어머니들의 손맛이다. 거의 신의 수준급이다. 사과 한 알에도 온 정성을 다하는 햇볕처럼, 온갖 정성으로 길러지는 자식들. 이 정도라도 세상이 살맛나는 것은 순전히 어머니들의 손맛 덕분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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