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1966~) ‘홈페이지’ 전문
집을 짓는다
무너져 내린 삼풍백화점
끊어진 성수대교
그런
지푸라기를 엮은 건물이 아니라
의자에 앉아
이 세상 모든 손님을 위해
찾아오는 길 명징한
집을 짓는다
텃밭을 찾아 온 아지랑이
다소곳한 바람 없어도
아내와 아이들 창을 열고 손을 흔드는
집을 짓는다
문패를 달고
주렁주렁 벌거벗은 아이들 사진도 걸고
얼마나 잠 못 이루는 일이겠는가
엉덩이 저려올 때까지
별 스러질 때까지
내일은
밀린 월세나 갖다 바쳐야 하리
가상공간에 짓는 홈페이지는 아무리 엉터리로 만들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번지수 헷갈리는 달동네도 아니어서 누구나 명징하게 찾을 수 있다. 버젓하게 문패도 달 수 있고, 아이들 사진도 주렁주렁 걸어둘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홈페이지를 만든다. 그러나 가상공간은 가상공간! 화자가 꿈꾸는 스위트 홈은 절대로 될 수 없다. 밀린 월세나 갖다 바쳐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독한 집주인처럼 독촉이나 해대는 것이 삶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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