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라디오 서울’을 통해 오바마의 역사적인 대선 당선 연설과 매케인의 승복 연설을 동시통역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첫째는 미국 정치의 승부가 얼마나 냉정하고 깔끔한지 알게 되었다. 매케인은 아주 신사답고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며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축하했고 오바마 역시 매우 정중하게 매케인에 대해 칭찬하며 그의 축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바마는 매우 신속하고 조리 있는 연설을 통해 자신을 지지하고 도와주었던 자원 봉사자들과 캠페인 참모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특히 대선을 며칠 앞두고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애도와 감사를 표하고 자신의 동반자이자 배우자인 미셸 오바마에 대해 극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패자와 자신의 참모들, 그리고 가족들을 빠짐없이 먼저 거명한 후 국민들을 향해 연설한 것이다.
바로 그 다음이 매우 중요하다. 오바마는 그리고 나서 곧바로 ‘We’라는 표현을 연거푸 썼다. 그 ‘We’의 변화가 매우 오묘하다. 선거전에서 ‘We’라는 단어는 자신의 선거 진영과 지지자들을 뜻하는 말이었고 대선 당선 후 ‘We’라고 한 말은 바로 ‘국민 여러분’이라는 뜻으로 매우 의미심장한 표현의 변화였다.
앞으로 미국, 한국 그리고 세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치인이 대선 당시에 한 말을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누가 대통령이 당선되었건 그 대통령의 첫 연설은매우 중요하다. 그의 생각과 의지와 목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매케인의 표정과 어투에서는 그의 감정을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오바마는 다르다. 역시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답게 오로지 보이고 싶은 감정만 표출한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Yes, We Can”(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이라는 당선 후 표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바람을 나타냈다. 바로 이 “Yes, We Can”라는 영어 세 마디로 그의 긍정적인 자세와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또 그가 말했듯이 그는 이제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인의 대통령이다. 흑인의 대통령도, 소수민족이나 유색 인종의 대통령이 아닌 모든 국민들의 대통령인 것이다.
역사적인 순간도 지나갔고 과거 미국 남북 전쟁의 흔적과 쇠사슬도 끊어졌지만 힘든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가 미국과 세계 앞에 놓여 있다. 모두들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오바마가 세계가 필요로 하는 역사적인 지도자가 될 지, 아니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할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그가 희망과 긍정을 화두로 국민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으며 통합의 정치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은 가질 수 있다. 오바마가 좋은 지도자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의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오바마’의 의미대로 그의 올바른 정치를 통해 우리 모두가 ‘축복 받은’(Blessed) 국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폴 이
이 통·번역 서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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