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의 원래 이름은 봄베이다. 16세기 이곳을 처음 개발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좋은 만’(Bom Bahia)이라고 부른데서 왔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한 것은 모른다. 그러던 것을 1996년 민족주의 바람이 불면서 인도 정부가 식민 잔재를 씻는다는 이유로 뭄바이로 환원시켰다. 2001년 캘커타로 잘 알려진 도시 이름이 칼코타로 바뀐 것도 같은 까닭이다.
칼코타가 인도 동쪽 무역의 중심지라면 인도 서해안에 있는 뭄바이는 인도 전체의 상업 중심지다. 도시 내 인구만 1,400만으로 세계 1위며 인근 지역까지 합치면 1,900만에 이른다. 인도 무역의 절반이 이 항구를 통해, 자본 거래의 70%가 이곳 시장에서 이뤄진다. 인도의 주요 은행과 증권 거래소, 다국적 기업 인도 본부 등이 모두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또 ‘발리웃’이라고 불리는 인도 영화 산업의 본산이다. 할리웃 다음으로 많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뭄바이는 인도 연예의 중심으로 개방, 환락, 서구화의 상징 같은 도시다.
지난 주 이 뭄바이의 호텔, 레스토랑, 철도 역 등지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 195명이 사망했다. ‘인도의 9/11’이라고 불리는 이번 사건으로 인도는 물론 세계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곳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에는 힌두교도와 회교도간의 갈등으로 200여명이 죽고 800여명이 다쳤으며 2006년에는 이슬람 무장단체가 열차를 상대로 테러를 감행해 200여명이 사망했다.
이번 범행을 저지른 집단은 알 카에다와 비슷한 파키스탄계 회교 극렬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보이지만 현재 정확한 것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이 왜 뭄바이를 범행 장소로 택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 이유는 9/11 테러의 주목표가 뉴욕이었던 것과 똑같다. 세계화와 자본주의, 개방과 자유의 도시 뉴욕은 회교 극렬주의자들이 볼 때 ‘악의 온상’이다. 그런 점에서 ‘인도의 뉴욕’인 뭄바이는 이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증오의 대상이다. 테러범들이 영미 관광객을 우선 살해 대상으로 삼은 것만 봐도 폐쇄적이고 반세계화적인 이들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과거에도 인도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계획이 치밀하고 규모가 컸던 적은 없다. 회교 테러범들이 인도를 주 타겟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의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뭘까. 첫째, 9/11 이후 반테러 정책이 강화된 서구와는 달리 인도는 허술한 구석이 많다. 둘째, 11억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회교도와 나머지 힌두교도와의 갈등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 셋째, IT 산업 유치 등 서구화를 통한 인도 정부의 경제 발전 전략은 중세적 근본주의로 돌아가겠다는 회교 극렬분자에게는 ‘눈엣 가시’나 다름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도 정부 당국은 테러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겠지만 이런 유형의 사건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불과 10명의 테러리스트들로 인도 경제 중심을 사흘 동안 마비시키고 외국 투자가와 관광객을 공포에 질리게 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장사라고 회교 테러 조직은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1일 대외 정책 면에서는 민주당 매파로 분류되는 자신의 정적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 장관으로 기용하고 대 테러 전문가인 로버트 게이츠를 국방 장관에 유임시키는가 하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문가인 제임스 존스 장군을 안보 담당 보좌관으로 발탁했다.
민주당 좌파 일각에서는 불만이지만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무엇보다 능력을 중요시한 인사라는 것이 중론이다.
테러 근절은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며 미국이 그 선도적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이번 인도 테러는 수십 년래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집무를 시작할 오바마에게 경제 살리기 말고도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및 아프간 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상기시켜줬다. 내년 1월 취임하는 오바마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