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래간만에
나는 내 영혼과 마주앉아 본다.
七十平生을 함께 살아왔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대좌해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토록 오래 함께 살면서
나는 평생을
밖으로만 헤매다가
인제 다늙게 돌아와
뉘우침으로 마주앉게 된 것이다.
나의 정은 애초부터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모르고
나는 밖에서
너무 외롭게 살아왔다.
이제는 더
정리할 것도 없고 또
가지고 갈 것은
더욱 없다.
-최재형(崔載亨)
시(詩) 안에 마주앉아 대좌하는 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특히 자기 자신의 영혼입니다. 일반적으로 필자와 같이 70 평생을 함께 살아오면서도 짐짓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들 인생의 쓰린 부분을 잘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한 번도 자기 스스로가 되어볼 수 없는 고달픈 인생살이가 더욱 시인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젊은 시절과 노경(老境)의 차이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후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70 평생을 산 다음 이라는 것! 인생의 경기가 끝날 무렵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 법을 배우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자탄합니다. 영국시인 브라우닝은 인생을 영혼의 힘을 시험할 재료라고 했는데 바로 최재형 선생의 이 시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곰곰 생각해봅니다.
최재형 선생은 1917년 평남 안주 출신입니다. 일본 코마자와 대학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한성고등학교 교사,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현대경제일보 공무국장 등을 역임하고 1939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데뷔, ‘朝光’ ‘建設’등에 작품을 발표하고 저서에는 寒火集 朴琦遠 공저 歲月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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