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송년파티의 계절이다. 이번 주말부터 동창회를 비롯한 각 단체의 연말모임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다. 불경기로 잔뜩 움츠러들어 온 타운의 저녁시간이 한동안 활기를 띄며 북적댈 것으로 기대된다.
송년파티, 특히 동창회의 송년파티는 좋은 모임이다. 숨 가쁘게 생활하다 오랜만에 마음을 쉴 수 있는 자리다. 그래서 어렵게, 불안하게 넘기고 있는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송년파티가 필요한 때라 할 수 있다.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홀가분하게 속사정을 나누며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모두가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편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 먹고 마시며 춤추는 송년파티는 올해 기류엔 맞지 않는다. 그러기엔 지금 우리 주변은 너무 힘들다. 그럴 수 없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실제로 금년 송년파티는 규모를 줄이고 실용적으로 꾸려가겠다고 일부 주최자들은 전하고 있다. 회비나 경품을 줄이고 있다는 이들은 참석인원도 눈에 뜨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호황 때 대형 경품을 척척 희사했던 동창들이 불경기로 종업원 안 쓰고 장사하느라 못나온다는 이야기도 드물지 않다.
동창회란 ‘학창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빠른 세월에 대한 무상함’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부담 없이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고 서로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모임의 자리다. 정신적 안식처에 그치지 않고 사업경영에서 은퇴대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실생활의 정보를 나누는 곳이 이민사회의 동창회다.
금년처럼 춥고 우울한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파티는 이 같은 동창회의 역할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라야 할 것이다. 뭔가 좀 달라야 한다. 허세 대신 위로가 오가야 한다. 서로의 소식을 챙길 겨를도 없이 살아남으려 버티며 정신없이 달리다가 모처럼 만난 자리다. 보이지 않는 얼굴은 없는가, 지난해에 비해 부쩍 힘들어하며 고달파하는 선후배는 없는가, 눈여겨보아야 한다. 힘들 때 서로 돕자고 만든 것이 동창회이며, 동문사이의 건전한 상부상조가 이루어진 후엔 도움의 범위를 전체 커뮤니티로 확대해나가야 하는 것이 이민사회 동창회가 가져야 할 자세다.
마음 터놓고 격려하고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고 다짐하는 자리가 될 때 동창회 송년파티는 이민사회의 뜻 깊은 중요부분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화려하기보다 따뜻하게’가 금년 뿐 아니라 매해 송년파티의 주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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