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춥다. 겨울 폭풍에 몸도 춥고 경기한파에 마음도 춥다. 너나없이 잔뜩 움츠린 채 연말을 보내고 있다.
미 연방 농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식량안보 보고서에는 ‘식품 불안정( Food Insecure)’이라는 항목이 있다. 가족의 세끼 식사에 필요한 식품을 살 수 없는 형편을 뜻한다. 이 계층에 해당된 미국인이 2006년 1,260만 가구로 전체의 10.9%였다가 2007년엔 11.1%로 늘었다. 내년에 발표될 2008년도 통계에선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속출하는 감원사태와 급식소마다 늘어선 장사진, 학생들의 무료급식 신청 증가 등을 보면 쉽게 체감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식품배급 자선기관 뿐 아니라 쉘터를 찾는 노숙자도 늘어났고, 의료보험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응급실은 비응급 환자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도움이 절실한 수요는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데 공급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기부해오던 기업과 개인들의 형편이 어려워지고 연방과 주, 카운티, 시 정부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소외계층을 돕는 기금들이 바닥나고 있는 것이다. 한인사회에서 8년간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온 한미교육센터도 최근 불경기로 후원금이 크게 줄면서 렌트비 조차 지불하기 어려워 문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고 호소해 왔다.
‘희망의 불꽃’이 아주 꺼진 것은 아니다. 따뜻한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푸드뱅크엔 연말파티를 취소한 크고 작은 회사의 직원들이 보내오는 기부금이 끊어지지 않고 있으며 불난 이웃집 어린이들에게 새 침대를 선사한 가난한 노부부, 보험 없는 친구의 의료비 모금에 나선 중학생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한인사회에도 미담은 이어진다. 전투기 추락사고로 일가족을 잃은 윤동윤씨는 각지에서 보내온 성금을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보내 주겠다고 밝혀 다시 한 번 우리들을 감동케 했고 예년의 화려한 송년파티 대신 이웃돕기 자선으로 연말을 보내는 은행도 있다.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은 바쁜 일상에 묻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잠자고 있던 선의를 깨워내야 할 때다. 우리에겐 무너지는 경제시장을 되살릴 능력은 없다. 모든 가난한 사람을 구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가난한 이웃에게 한 상자의 식료품은 배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한 개의 희미한 촛불이 수천 수만개로 늘어나면 대낮처럼 환한 빛을 선사하듯, 우리 모두가 각자 누군가를 돕는다면 우리 커뮤니티는 어떤 위기에도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안전망을 갖게 될 것이다. “100명을 돕지 못한다면 1명만 도우라”던 마더 테레사의 이야기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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