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계의 양적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최근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현재 미주 한인 교회는 무려 3,700여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 지역 교회만 1,200개가 넘는다. 개별 교회들의 규모도 날로 커져 교인 수천명에 연 예산 수천만달러인 ‘수퍼 처치’가 여러 개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한인 교회들이 과연 이런 외형에 걸 맞는 영적인 성숙을 보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급속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금년 한해 교회 내의 크고 작은 분쟁이 꼬리를 물었다. 교회가 한인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영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 교육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만큼 교회 분쟁이 전체 한인사회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고 하겠다.
한인사회 대표적 대형 교회인 동양선교교회의 내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갈등은 급기야 물리적인 충돌로까지 번져 지난 14일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보기에 민망할 정도이다. 싸움의 근본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를 떠나 오랜 기간 이렇듯 극렬히 다투고 있는 것은 결코 용서와 관용을 실천하는 교회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요즘 한국의 개신교는 교계 내외로부터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비판의 핵심은 “교회 내에서 진정한 예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수의 정신을 삶속에서 실천하는 일보다 교회의 외형적인 규모를 키우는 일과 같은 비본질적인 면에 더 정신을 쏟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이다. 미주 한인교회들은 이런 비판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교회도 인간들로 구성돼 있는 만큼 갈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을 풀어가는 방식은 세상적인 것과는 조금 달라야 한다. 주기도문에 드러나는 예수의 정신을 기억하는 교회라면 이런 증오와 물리적 충돌은 상상하기 힘들다.
교회 문제의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물론 신앙에 바탕한 것이지만 갈등이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상태라면 양측이 깨끗이 갈라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상의 법리에 따라 내려진 결정에 승복하고 각자가 새롭게 출발하는 것인데 감정과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양선교교회의 경우 이것 또한 쉬워 보이지 않는다.
다음 주면 궁극적 희생의 상징인 예수가 세상에 온 날이다. 그 희생을 진정으로 기억하는 교회라면 볼썽사나운 다툼은 하루속히 끝내야 한다. “예수가 우리 교회를 본다면 뭐라 할까.” 성탄의 계절에 모든 교회가 스스로에게 한번쯤 던져 봐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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