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아무리 어렵고 추운 겨울이라도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훈훈하고 위로가 된다. 아낌없이 주는 크리스마스의 정신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를 여러 번 읽어준 생각난다. 나무는 자라서 없어질 때까지 어린이에게 놀이터가 되어주고, 그늘을 제공하고, 열매를 주고, 한 동안 찾아오지 않던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 집을 지으려고 할 때 목재가 되어주고, 다 잘려 외롭게 남아있던 그루터기는 노인이 되어 찾아오는 인간에게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되어 주는, 정말 아낌없이 다 주는 나무의 이야기이다.
이 동화를 읽어주면 아들 녀석은 눈물을 흘리며 나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듣곤 했다. 그 때부터 나는 아들이 자라서 아낌없이 사랑을 나눠주는 사회인이 되기를 바라 오고 있다.
의학자들 중에는 나무만큼, 아니 더 아낌없이 주는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있다. 퀴리 부인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폴란드에서 가난하게 태어나 프랑스에서 수학한 끝에 위대한 물리학자가 되고, 우라늄에 관한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탔다. 방사능을 발생시키는 라듐을 발견했고 X 레이 장비도 제조했다. 인류최초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방사선 치료 분야에 적용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퀴리 부인의 발견이 없었다면 현대의학의 발전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연구하는 과정에서 방사선 노출이 심해 병자가 되고 66세로 생을 마감하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위대한 발견으로 가족이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는데도 돈을 받지 않고 발견 내용을 모든 과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발표하여 인류복지에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뭔가 지식이 있으면 남이 알새라 혼자만 비밀리에 간직하여 개인적 이익을 챙기거나 아는 몇몇 사람에게만 알리는 우리의 좁은 소견을 훌쩍 뛰어 넘는 큰 사랑의 소유자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이 세상에는 “사랑이 필요 없을 만큼 부유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고, 사랑을 나눠주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도 한 사람 없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가끔 방문하는 양로원에 할머니 환자 한 분이 있다. 공부도 많이 하셨고 자식들도 훌륭하게 잘 키워 놓으셨지만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어 양로원에 계신다. 저녁시간에 갈 때마다 “식사는 했느냐? 얼마나 힘들겠냐?”면서 앉으라고 의자를 내 미신다.
그리고 늘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꼬깃꼬깃 숨겨 놨던 과자나 용돈을 꺼내 주신다. 내가 사양하면 극구 가져가야 된다며 떠미신다. 할머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주신 과자나 음식을 먹으면 할머니는 나를 쳐다보시며 좋아하신다. 주고 또 주고 다 주어서 한줌으로 쪼그라드신 할머님의 모습이 나의 할머니, 나의 어머니의 모습이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눈을 쳐다보면 따스함이 전달되어 온다.
그런 따뜻한 마음들은 나를 성찰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 보다 의사 공부를 조금 더 했으니 좀 더 대접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라도 내 속에 있지는 않을까.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전에 내가 조금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품고 있지 않을까. 양로원의 할머니 같은 분들을 만나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공부하고 돈을 버는 것이 이웃과 더 나누기 위한 것이라면 하는 일이 힘들지도 지루하지도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낌없이 주는 계절’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크리스마스가 가장 추운 겨울의 한 복판에 있다는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김홍식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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