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울화통이 터진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처리하지 못하고 안으로 감정을 삭이면서 참는 과정을 표현하는데 일반적으로 한국인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미국 정신병학회에서도 HWABYUNG으로 1995년에 인정한 한국 고유의 민속 증후군으로 감정 표현을 밖으로 하지 못하고 쌓여서 만들어진 한과 깊은 관련이 있는 분노 증후군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화병이란 단어는 없지만 노여워하면 기가 역상하여 열기가 위로 올라간다고 하였고 감정의 변화가 심하면 병이 되는데 그 중에서도 노한 감정이 가장 많이 병을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사람이 성을 내거나 노여워할 때 화를 낸다고 하는데 이는 화가 날 때 마치 불이 난 것처럼 얼굴이 뜨거워지고 화끈거리며 붉어지는 현상을 빗대어 표현한 것입니다.
분노를 만성적으로 반복해서 억제하고 신체화, 구강성(화가 나면 먹는다), 회피 등 여러 방어기제가 사용되면 다양한 신체증상, 심리증상을 나타내게 되는데 주로 시어머니와의 갈등, 남편과의 불화, 가난과 고생, 사회적 좌절 등 성장 이후나 또는 결혼 이후의 외적 요인 등에 의해 유발되어 증상으로는 분노, 불안, 초조, 우울, 강박증, 공황 장애, 불면증, 피로, 소화불량 등의 신경적 장애와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한 현상, 가슴에 덩어리가 뭉치는 현상이 있고 한숨, 하소연 등이 잦아지고 때론 뛰쳐나가고 싶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입이 마르는 등의 일반적 증상도 나타납니다. 그 외에 전신적인 통증과 호흡곤란등도 동반되고 합병증으로는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과 중풍 등의 순환기장애 병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자율 신경계의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흥분되어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들이 많이 분비되어 일어납니다.
한방에서는 기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흐르게 하는 치료를 하는데 기는 승강부침이라는 네 가지 운동형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의 운동을 조절하여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고루 움직이게 하여 치솟는 화를 조절하게 됩니다. 한약으로는 황금, 석고, 치자, 시호, 연교 등의 찬약을 써서 몸의 불을 조절하는데 황금은 가슴의 열을 내리고 석고는 위대장의 열을 식히고, 연교와 치자는 과열된 심장을 안정시키며, 시호는 간으로 가서 폭발적으로 솟아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게 됩니다. 침과 부항치료 역시 기의 운동을 조절하는 훌륭한 효과가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하여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에 화병에 좋은 차로는 향부자차가 있는데 향부자는 화가 위로 치미는데 기를 내려주고 가슴속의 열을 제거하며 오래 복용할 경우 기운을 북돋워 주는 효과가 있으며, 또한 향부자차는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고 자주 위로 화가 올라와서 얼굴이 붉어지는 여성들이 드시면 좋습니다. 진피차는 가슴속이 콱 막힌 것 같은 체기를 풀어주고 향부자처럼 위로 치미는 기를 내려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따라서 진피차는 종종 가슴이 답답하면서 기가 위로 치미는 분들이나 온 몸의 여기저기가 다 아프다는 분들이 드시면 좋습니다.
생강차는 약간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기를 흩어지게 하고 구토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따라서 생강차는 화병으로 얼굴로는 열이 오르지만 오히려 손발이 차고 배가 차면서 자꾸 구역감이 생기는 분들이 드시면 좋습니다. 보통 한약재 10g을 물 400cc에 넣고 80~100cc 정도 될 때까지 달여서 아침저녁 두 번 정도 드시면 도움이 됩니다.
조선혜
<한의학 박사>
(213)270-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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