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새해 주정연설은 이례적이었다. 단호한 어조로 불과 10분 만에 끝냈다. 한 해의 각 분야 주요정책을 밝히던 예년과는 달리 딱 한 가지에 집중했다. 그것은 주지사의 표현에 의하면 ‘가슴에 얹힌 바위덩이’처럼 주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예산 적자로 인한 재정위기다.
지난 12월1일 선포된 주 재정 비상사태를 해결할 급선무는 균형예산 마련이다. 지금 2009-2010년 예산의 균형을 맞춰놓지 못하면 18개월 내에 적자가 420억달러에 이르게 된다.
집안 살림이나 나라 살림이나 적자 해소의 원칙은 같다.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면 된다. 12월31일 발표된 주지사의 새 예산안도 174억달러의 지출을 삭감하고 143억달러의 증세 포함, 240억달러의 수입을 늘이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주정부는 각 부처 감원과 감봉 시행 등으로 경비절감을 노력하고 있지만 현금보유고가 다음 달이면 바닥나 세금환불에서 주청사 전기세까지 어음으로 결제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지 오래다.
주지사의 예산안 통과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출 삭감을 반대하는 민주당과 증세를 반대하는 공화당이 주의회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정연설 중 주지사가 기한 내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의원자신들의 봉급을 포기하라면서 초당적 합의를 호소했지만 예산안 심의는 6월15일 데드라인까지 진통에 진통을 거듭할 것이다.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는 요즘이다. 세금 인상에도, 지출 삭감에도 최악의 시기다. 그러나 이 위기에서 벗어나자면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금도 올려야 하고 지출도 삭감해야 한다. 문제는 고통분담의 비율이다.
지출은 현행 예산에서도 110억달러나 삭감되었다. 거기에 더해 174억달러가 더 삭감된다면 여파는 한인을 포함한 전 주민의 일상 곳곳에서 드러날 것이다. 차량국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의료 클리닉의 업무시간이 단축되고, 고교이하 공립교의 수업일수 단축으로 가뜩이나 하위권인 주의 학력은 더 떨어질 것이며, UC등의 정원 축소로 대학입학의 문은 좁아지고 캘그랜트의 삭감으로 공립뿐 아니라 사립대 학생들의 학비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어느 것 하나도 양보하기 힘든 분야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저소득층과 노인·장애인·어린이들을 위한 혜택 축소다. 고통분담에도 사회정의가 필요하다. 최소한의 보조로 최저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겐 적은 부담도 치명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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