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연예인처럼 잘 생기고 멋있는 사람들은 외모 자체로 빛이 난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어디 그런가. 생김새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풍겨 나오는 분위기와 태도, 말투가 복합적으로 섞여 그 사람의 ‘존재감’을 만들어준다.
이 존재감은 강력한 첫 인상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전혀 모르는 낯선 모임에 갔다고 하자. 그 곳에서 첫 인상이 강력한 사람을 보게 되면 이는 바로 그 사람의 존재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팀이 200명을 대상으로 첫 인상에 대해 조사한 내용은 무척 흥미롭다. 피실험자들에게 여러 장의 얼굴사진을 보여준 뒤 매력, 호감도, 신뢰도, 능력, 공격성 등을 평가해 보라고 했다. 0.1초 뒤에 내린 결론과 0.5초, 1초 뒤에 내린 결론에 차이가 있었을까? 놀랍게도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처음에 받은 ‘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교수는 ‘관찰시간이 길어질수록 처음 판단을 더욱 확신하게 될 뿐’이라고 하여 인상을 바꿀 여지가 많지 않음을 암시했다.
한국의 한 취업 포털에서 조사한 내용은 또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직장인 1,389명에게 ‘첫인상에서 보이는 상대방의 성격을 믿는가’라는 질문에 무려 50.2%가 ‘믿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 이유는 ‘외모와 표정만으로 성격을 파악하기 어려워서’(50.1%)이고, 반대로 첫 인상을 믿는 나머지 응답자들의 이유는 ‘첫 인상과 실제 성격은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에’(69.2%)였다.
의사소통, 인간관계가 배제된 상황에서 사진만을 보고 첫 인상을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론인지 모른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경우 경험을 통해 도달한 결론으로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첫 인상이 괜찮았던 것은 외모였을 것이고, 일을 같이 해보거나 대화를 해보면 오히려 처음 생각과 다른 경우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첫 인상이 좋았던 사람과 같이 일을 해서 관계가 좋아진 경우도 있지만 나빠진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게 보면 첫 인상은 호감을 주고 상대방에게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는 역할이 가장 큰 것 같다.
첫 인상과 연결되는 ‘존재감’은 말 그대로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는 느낌’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 또한 상대방의 인식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포탈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에서 존재감이 없다고 느껴본 경험이 있습니까’란 질문에 810명 응답자 중 71.4%가 ‘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감 확인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이 화두는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 직장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는 토로, 미국 직장에서는 잘난 ‘체’를 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는 조언(?), 미국 사람과 대화할 때는 과도하게 칭찬하고, 웃어주고, 스몰토크에 강해야 한다는 말… 이 모든 말들이 바로 우리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의 시대는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확인’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옷이 그냥 옷이 아니라 나를 대변하는 기호가 되고, 차도 달리는 수단이 아니라 나를 확인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행위도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는 세상이다.
모두들 첫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표정도 연습하고, 스타일도 바꾸고, 매너도 공부한다. 하지만 이 노력들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나 확실한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는, 더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사람이 아니라 ‘항상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어디에서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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