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란 색 기차를 타고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 DC에 왔다. 148년 전 에이브러험 링컨이 12일 동안 기차를 타고 워싱턴에 입성한 것을 상기시키는 이 이벤트 말고도 그 때와 지금 닮은 점은 많다.
링컨과 오바마는 모두 전통적인 미국의 상류층 집안이 아니라 밑바닥에서 자기 힘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주위의 회의적인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험하기로 정평 있는 일리노이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었다. 거듭된 좌절에 굴하지 않고 주위의 과소평가를 오히려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링컨과 닮은 오바마
사람을 휘어잡는 뛰어난 화술도 링컨과 오바마의 공통점이다.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과 그 정신을 이어받은 헌법 개정, 그리고 민권 운동이 없었더라면 흑인 대통령 탄생은 불가능했다는 점까지 합치면 두 사람의 관계는 역사적 운명으로 맺어져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두 사람이 백악관에 들어간 시기가 미국이 보기 드문 시련에 직면한 때라는 점도 닮았다. 링컨은 노예제에 관한 시비가 불거지면서 남쪽이 연방을 탈퇴, 미합중국이 둘로 쪼개지려는 위기에 처한 미국을 4년간에 걸친 남북 전쟁이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다.
오바마 취임을 전후한 미국은 지금 대공황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놓여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작된 불황에 떨고 있다. 신용 경색과 함께 돈줄이 막히면서 소매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고 무역이 둔화되고 있으며 실업자가 증가일로에 있다.
올 후반기 회복 전망
지금 미국, 아니 온 세계인은 오바마의 취임을 간절한 기대와 희망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담대한 희망’에서 외쳤듯이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사실임을 믿고 싶은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차갑게 식은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8,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안을 마련해 놓고 의회의 조속한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도 5,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안을 시행 중이며 이로 인해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30년 만에 처음 5%대 이하로 떨어졌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천문학적인 정부 돈이 풀리고 주택 시장에 안정세로 접어들면 올 후반기부터는 서서히 경기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기 사이클은 수많은 변수에 따라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중동에서 무슨 일이 터져 석유 값이 다시 세 자리 수로 치솟거나 중국 경제가 급속히 둔화돼 연방 채권 구입을 중단한다거나 하는 돌발 사태가 벌어질 경우 오바마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경제를 혼자 살리기는 어렵다.
흑백장벽 깬 위대한 미국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다. 현 경제 위기는 누가 어떤 정책을 펴더라도 단시일 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무리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더라도 금방 좋아지지 않는다며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나 국민 각자가 인내심을 갖고 불황을 이겨낼 각오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눈앞의 경제 위기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미국은 오바마를 지도자로 택함으로써 인종의 벽을 허물고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는 사회임을 세계에 입증했다. 흑인 유학생의 아들로 편모슬하에서 자란 사람이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나라와 이를 가능케 한 국민이라면 지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더 부강한 미국을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그와 함께 위대한 미국을 만들어가는 일에 한인들도 힘을 보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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