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어릴 적, 어머니가 설빔으로 준비해 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합창단에서 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 추운 날씨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박자를 놓칠세라 열심히 불렀던 이 노래, 윤극영 선생 작사·작곡의 ‘설날’이다.
오늘은 설이다. 하지만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는 설날을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데다 날씨까지 푸근하니 설이 피부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저 어린 시절 웃어른들께 세배하고 받아들었던 세뱃돈의 달콤한 추억이 떠올라 웃음 짓게 할 뿐이다.
전 세계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요즘, 새해가 됐다고 뾰족하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들 한다. 때문에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 더 알뜰한 가계를 이끌 계획을 하고, 무엇을 줄여야 큰 불편 없이 생활을 유지해 나갈까 하는 생각들로 2009년을 시작했다.
어느 지인의 가정에서는 경제가 안 좋으니 아이들의 세뱃돈도 서로 이해하며 ‘생략’하자고 결정을 했다 한다. 전례 없는 불경기가 아이들에게서 설의 기쁨까지도 빼앗아간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지난 20일,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새 역사를 쓴 사건이 있었다. 미국 최초의 소수계 출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이 바로 그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열린 미국 대통령 취임식, 그것은 취임식 이전에 감동 그 자체였다. 변화와 희망을 주제로 한 그의 연설을 듣는 국민들의 얼굴에서 오랜 가뭄 후 비를 염원하는 눈물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희망을 담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특히 흑인들의 인터뷰 장면은 더욱 그러했다. 그들의 표정에서 미국의 큰 변화는 벌써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233년 전 노예였던 그들에게는 ‘자유’가 소원이었고, 노예해방 후엔 ‘평등’이 그들 삶의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때 그들은 200년이 훨씬 지난 오늘, 그들의 희망이 전 세계의 뉴스가 된 이 현실을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소수계 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 그들의 눈물을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은 결코 그 개인이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은 것이 아니라 평등에 대한 오랜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산 미국 국민들의 승리였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도 포기가 없는 한 불가능은 없다는 교훈을 확인한 값진 승리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들 어찌 우리네 인생에 우울한 뉴스만 있을까? 새해,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해 줄 아름다운 뉴스가 있다면, 그래서 또 한 번 설렘을 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심스레 2009년을 다시 계획하며 나의 ‘희망 뉴스’를 생각해 본다. 가슴속에 안고 있는 마음 속 계획들과 희망들,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상상을 해보면 힘든 오늘, 앞으로 나아가게 할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마에스트로 앤드류 박이 세계적 오케스트라인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가 됐다는 소식, 앤드류 박 교수가 가르친 제자 홍길동씨가 세계적인 쇼팽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해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는 뉴스, 암 예방제가 알약으로 만들어져 약만 먹으면 암을 예방한다는 뉴스, 그리고 올 8월 두 살이 되는 아들 녀석이 첫 리사이틀을 했다는 뉴스…”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꿈을 가져야 새로운 것이 보인다. 나는 묻고 싶다.
“2009년 설 아침,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희망 뉴스’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당신은 지금 달리고 있습니까?”
앤드루 박
피아니스트·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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