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준희- LA 동시통역대학원장
로스앤젤레스는 한국의‘나성동’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미국에 살지만 조국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잊지 않고 있다. 한국음식을 먹으며, 한국말을 하고, 한국 신문과 방송과 드라마를 보며, 한국 교회를 다니고 한국 사람들과 교제한다.
IMF와 같은 위기 시에는 가장 먼저 조국에 달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우리의 고국 사랑에 비해 그 동안 본국이 재외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차라리 냉담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외국민에 참정권을 주고, 재외국민이 대한민국 국회에 대표를 보내 재외국민의 이익을 반영하도록 하며, 이중국적을 허용하며, 해외의 인재를 한국의 발전을 위해 널리 등용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보다 개방적이고 나라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 방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재외국민이 단 한 명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당선되지 않은 것을 생각할 때 그러한 정책표방이 얼마나 현실로 직결될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지난 28일 한국 국회 정치개혁특위 제2차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오는 2012년부터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관련법 개정안이 2월2일에 열릴 본 회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6월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은 현행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08년 12월31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 지방선거 참여권,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으로 주민등록이 되어있을 것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며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 또는 국외거주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관련 공직선거법 조항들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당장 오는 4월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치르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현재 재외 한국국민 인구는 단기체류자 155만 명, 영주권자 145만 명, 도합 3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255만 명(85%) 가량이 19세 이상의 유권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중에서 230만 명 정도가 유권자 등록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외국민 가운데는 미주 지역과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 미주 지역의 재외국민 유권자만 해도 80만 명이 될 것으로 본다.
지난 1997년의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39만 표 차이로, 2002년 제16대 선거에서 57만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미주 지역의 유권자 표에 따라 대권의 향방이 결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재외국민 선거권 부여를 앞두고 이미 정치권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교민 끌어안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며칠 전 민주당은 비례대표 3석을 거론하고 한나라당 포럼이 로스앤젤레스에 결성되었다. 앞으로 미주한인사회는 정부 내 재외국민 담당부서의 신설 등을 포함하여 한국정부에 대해 발언권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투철한 유권자 의식으로 선거에 적극 참여하여 한국의 민주발전에 공헌하고, 보다 넓고 개방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소속감과 정체감을 가지고 주어진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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