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역사적인 제44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감동적인 연설과 엄숙한 선서를 했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그는 이 미국이라는 거함의 함장이 되어 경제위기라는 폭풍우를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취임식 후 며칠이 지난 저녁, 중학생인 둘째 딸아이가 학교에서 프린트물 한 장을 들고와서는 “아빠! 이게 오바마 대통령이 두 딸에게 쓴 편지라는데, 정말 감동적이야! 아빠도 한 번 읽어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딸아이가 오바마 대통령의 열성팬(그가 젊고 잘 생겼다는 것이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이 된 것을 질투하던 차에 편지까지 감동적이라니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도 대통령이 아닌 인간 오바마의 팬이 되었습니다.
편지는 선거운동 기간에 많은 시간을 떨어져 보냈던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시작됩니다.
“지난 2년이 너희들에게 그리 쉬운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안단다. 그리고 그 기간 내가 아빠로서 얼마나 소홀했는지도 잘 안단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 이 시점에서, 내가 왜 우리 가족들과 함께 이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너희들에게 말해주고 싶단다.”
그리고는 두 딸들이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그리고 왜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해 잔잔한 말투로 설명합니다.
“젊은 시절, 나에게 인생이란 나만을 위한 것, 즉, 화려한 경력, 성공,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등을 의미했단다. 그러나 어느 날, 너희 둘이 내 세계에 들어왔지. 너희들의 호기심, 장난기, 순진한 미소들, 그것들이 온통 내 가슴을 채우고, 내 인생을 환히 밝혔단다. 그 순간, 갑자기 내 인생에서 나를 위한 어떤 계획도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며, 가장 큰 기쁨은 바로 너희들의 기쁨을 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너희들에게 행복과 만족감을 줄 수 없다면, 그것은 그다지 의미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지. 얘들아! 내가 대통령이 되려고 전력투구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란다. 내 성공과 명예가 아니라, 바로 너희들을 위해, 아니 더 나아가 이 나라의 모든 자녀들을 위해서란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점점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의 새 지평을 연 히어로가 아니라, 바로 내 이웃의 나와 같은 평범한 부모의 한 사람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부모들의 마음은 똑같습니다. 자녀의 기쁨을 바로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는 것이지요. 밖에 나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사는 이유가 자신보다는 나은 삶을 자녀들에게 남겨주기 위함입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똑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단지 그는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고, 부모로서 가정에서 할 일을 국가차원에서 하는 것이 다를 뿐이었습니다
그는 교육 및 의료보험 개혁 등 두 딸들과 미국의 자녀들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길게 나열한 후 이렇게 편지를 마칩니다.
“나의 소원은 바로 너희들이 가진 꿈을 충분히 펼칠 수 있고, 이루지 못할 목표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 거기서 너희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란다. 더 나아가 이 나라의 모든 아이들이 너희들과 똑같이 배울 수 있고, 꿈꿀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란다. 그것이 바로 우리 가족이 이 엄청난 모험을 시작한 이유란다.”
편지를 다 읽은 후 이 미국이 너무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대통령을 가졌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씁쓸함이 남았습니다. 아이들은 이 미국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촌에는 많은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오바마 대통령은커녕, 최소한의 미래를 보장해 줄 부모조차 없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설령 부모가 있다 해도, 기회나 미래 같은 말은 언감생심일 뿐입니다. 여러분! 그 아이들을 위해 여러분이 그들의 ‘오바마 대통령’이 되어 주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박준서
(월드비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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