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재외국민 240만명에게 참정권을 부여키로 한 것은 분명 진일보한 조치이다. 하지만 방향이 올바르다는 것만으로는 조치의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시행 방법이 뒷받침 되어야 실효를 기대할 수 있다.
재외국민 투표법이 규정하고 있는 투표방식은 극히 제한적이고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를 허용치 않아 ‘반쪽자리 참정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외국민은 선거 전 150~60일 사이에 관할 공관을 직접 방문해 국외부재자 신고나 재외선거인 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한국에서 발송한 투표용지를 받으면 공관에 설치된 투표소에 가서 신분증을 제시한 후 투표하게 된다. 번거롭지만 선거 부정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행 규정에 따라 투표가 이뤄질 경우 낮은 투표율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공관에서 멀리 진 지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은 등록과 투표를 위해 두 번이나 발걸음을 해야 한다. 비행기를 타야만 올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선거권자들도 많다. 이 때문에 공관 투표방식을 고집할 경우 투표율이 10%를 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대체적이며 심지어 5% 이하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외국민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취지는 민의를 최대한 반영하자는 뜻일 터이다. 여기에 비춰 본다면 현재의 재외국민 참정권 시행 조치는 형식적인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자 한인사회는 “참정권을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투표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은 현재 인터넷 투표와 우편 투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 법률안을 마련 중이다.
당초 재외국민 참정권 허용에 한나라당은 적극 찬성한 반면 민주당은 반대했다. 또 현재 거론되는 인터넷 투표 도입에 한나라당은 미온적인데 비해 민주당은 적극적이다. 지지계층 득실 계산에 따른 입장들이다. 그러나 참정권은 정략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될 문제이다.
100% 완벽한 제도란 없다. 토론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 합리적 방안을 마련, 시행해 본 후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인내와 지혜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약간의 시행착오가 두렵다고 해서 결과가 뻔한 규정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 없다. 3월 구성되는 한국 국회의 정치개혁 특위는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특위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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