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착각
최운화 지음 | 이콘 펴냄
이제나 저제나 좋아지려나 하는 우리들의 소망을 짓뭉개 버리듯, 자고 일어나면 경제 지표들이 수십년의 기록을 경신하는 일이 일상사가 되어 버렸다. 미국의 실업률이 8.1%로 1983년이래 최대이며 2009년 한해 내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도되었다.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이 모든 일이 어떻게 해서 벌어진 걸까?
현재 LA 커먼웰스 은행장인 최운화씨의 <거대한 착각>은 앞이 안보이는 터널에 갖힌 우리에게 대충 우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밝혀주는 한 자루의 촛불 역할을 해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미국의 금융현장에서 이십 여 년을 뛰어온 저자 자신의 생생한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어렵고 복잡하게만 보이는 이 모든 경제 현상의 원인과 배경을 손에 잡힐 듯 쉽게 해설해준다.
저자는 어떻게 보면 사소해 보이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뭇지마’ 대출이 어떻게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글로벌 쓰나미가 되어버렸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이를테면 일반 은행의 부실 대출이 금융공학의 산물인 몇 가지 연관 파생상품들로 확대 재생산 되어가면서 결국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나 망해버린 리만브라더스 등을 매개로 유럽과 중국, 일본과 아시아의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엮여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으로서는 알기 어려웠던 금융파생 상품 그 중에서도 MBS(모기지 유동화 채권)나 CDO(담보부채권), 그리고 CDS(신용디폴트스왑)등의 어려운 용어를 아주 쉽게 설명해주는데, 이런 금융 상품이 마구 만들어지게 된 배경으로 그린스펀 전 FRB의장이 경기부양을 위해 거의 무제한으로 동원하였던 풍부한 유동성과 투자자들의 탐욕이 어울어진 탓으로 분석한다.
특히 저자는 금융 산업이 간접 산업이고,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어서 시장 원리에 따라 도태되도록 놔두기에는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여 사전에 적절한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함을 강조한다. 정치적인 구호로서의 규제가 아닌 금융인 스스로의 목소리로서의 ‘규제’를 호소하는 저자의 양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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