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인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와서 심한 어지러움증을 호소했습니다. 보통 학교의 진찰실에는 인턴 선생님들이 3~4명 같이 진료를 하는데 이 환자는 서서 자신을 보고 있는 선생님들 때문에 더 어지러워서 앉아 있을 수가 없다며 정중히 같이 앉거나 나가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이 환자는 어지러움의 정도가 아주 심하여 자신의 주위가 빙빙 도는 상황이 펼쳐져 도저히 혼자 서 있을 수도, 앉아 있기도 힘들어 했는데, 이미 양방병원에서 검진을 마친 상태이나 원인을 찾지 못해 치료를 해도 진전이 없어서 마지막으로 한방치료를 받으러 온 것입니다.
이 환자분이 어지러움증이 생긴 이유를 살펴보면 아주 재미있는 진단이 나옵니다. 아주 더운 여름날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친구들과 술을 한 잔하고 일어나다가 넘어지면서 갑판에 머리를 부딪쳐 약간 머리가 찢어져 수술을 받은 지 약 6개월이 지났으나 그때 생긴 어지러움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어지러움의 원인을 한의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우선 머리가 부딪친 사고는 머리에 어혈을 만드는데 나쁜 피가 다친 부위에 몰려 있어서 머리 쪽의 기혈의 순환을 방해하면 어지러움이 생깁니다. 그 다음 뜨거운 태양의 열과 술은 우리 몸에 담습을 만들어 맑은 양기가 올라가지 못하게 하여 탁한 기운만 남게 되어 또한 어지러움 증을 만듭니다.
한의학에서는 어지러움 증, 즉 현훈을 간양상항, 기혈휴허, 신정부족, 담습교조 등으로 구분하는데 간양상항은 정서적으로 분노와 스트레스 등이 오랫동안 쌓여서 폭발하거나, 지속적 억눌림에 의해 얼굴이나 상체부위로 화기가 치솟으면서 얼굴이 빨개지고 입이 쓰고 혀가 붉은색을 띠면서 손발에 열도 후끈후끈하고 두통도 있으며 꿈도 많아지는 경우이고 기혈휴허는 기혈이 모두 허해져서 우리가 보통 말하는 빈혈환자처럼 평소에 얼굴이 창백하고 피부에 윤기도 없고 가슴도 두근거리며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는 경우이고, 신정부족은 귀에서 소리가나고, 귀가 잘 안 들리기도 하며,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힘이 없습니다.
신양허가 심하면 팔다리가 차갑고 신음허가 심하면 손 발바닥에 열이 나기도 하는데 신정이 부족하면 골수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해서 어지러워집니다. 답습교조는 머리가 많이 무겁고, 터져 나갈 듯하기도 하고 가슴이 꽉 막힌 것 같고 답답하며 오심, 구토, 식욕부진, 전신과 팔다리가 무겁고 졸리기만 하고 눕고만 싶으며 혀에 백태가 생기면서 오는 어지럼증을 만드는데 기름진 음식과 술 등이 원인이 됩니다.
각각의 진단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하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됩니다. 앞의 환자의 경우는 우선 어혈을 풀어주는 침을 놓고 습담을 없애주는 약과 비위를 조절하는 약으로 반하백출천마탕을 처방하여 약 4주 후에는 본인이 직접 운전을 하고 치료를 받으러 올 수 있었고 8주 후에 완전히 좋아져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어지러움이 생기는 원인은 빈혈, 과로, 우울이나 공포와 같은 정신신경과 문제,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한 중풍, 귀의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긴 경우 등이 다양하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에 원인에 따라 치료를 받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조선혜
<한의학 박사>
(213)270-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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