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이 한 가정을 파멸로 몰고 갔다. 지난 4일 남가주에서는 50대 한인 목사가 정신질환을 앓는 아들의 칼에 찔려 절명했다. 한 순간에 아버지는 사망하고 아들은 살인혐의로 구속되었으니 이보다 큰 비극도 없다. 20대 중반의 아들은 고교 때부터 정신질환 증세를 보여 약물치료를 받아왔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바로잡아 보려 무진 애를 쓴 것 같다. 지난 수년간 아들로 인해 이들 부부가 겪었을 심적 고통과 이번의 비극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신질환에 대한 바른 이해가 시급하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다른 질병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온갖 약과 치료법에 매달리는 한인들이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너무 무심한 것이 사실이다. 증세가 하루 24시간 나타나는 게 아니다 보니 “그러다 낫겠지” 싶은 기대가 작용하기도 하고, 정신병에 대한 수치심 때문에 선뜻 외부로 병을 드러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사회에서 정신질환은 희귀한 병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케이스인 정신분열증 환자가 18세 이상 성인 100명중 1.1명 꼴, 조울증은 2.6명꼴이다. 우울증, 불안증 등 어떤 형태로든 정신질환 증세를 가진 사람을 모두 합하면 전체 성인의 26%에 달한다. 숫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약과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쉬쉬하며 병을 키울 일이 아니다.
정신질환과 관련, 특히 한인부모들이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첫째, 무조건 품어 안는 것이 사랑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환자가 성년이 되면 어떤 형태로든 독립적 삶을 살도록 품에서 떼어내는 강인한 사랑이 필요하다. “내가 아니면 누가 돌볼까”하는 마음과 불안감에 24시간 데리고 다니다 보면 자녀도 자립 기회를 놓치고 부모도 탈진하고 만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국가가 마련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신앙으로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다리가 부러지면 정형외과를 찾으면서 정신질환은 기도에만 의존하려드는 경우들이 있다. 뇌에 이상이 생긴 정신질환도 뇌 과학에 기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기본이다. 기도는 치유력을 높이는 신비한 수단이지만 치료 자체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신질환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활화산과 같다. 가족들이 병에 대해 바른 이해를 갖고 의학적으로 대처해야 파국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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