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한창 뜨고 있는 영화 ‘워낭소리’를 감상하고 느낀 바를 적어본다. 옛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같이 이 작품은 ‘노인과 소’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연로하신 할아버지와 40여년의 삶을 같이해온 소와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도 있었고 농촌의 소박한 촌로의 삶을 통해 우리 부모님들의 고달팠던 삶을 뒤돌아보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나의 부모님 삶도 이영화의 노부부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 단지 나의 부모는 젊어서 열심히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 자수성가 하셔서 후에는 부농의 지위에 올라 자녀를 편하게 의식주를 해결해 주고 교육을 시켰던 것이 좀 다르다고 할까?
또한 한평생 소와 같이 새벽에 일어나셔서 여물을 만들어 소를 먹이고 나서 일하기 위해 논, 밭으로 또는 먼 길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하여 나가셨다 저녁때야 돌아 오셨던 기억이 난다.
간혹 아버님께서 먼 길 가셨다 늦게 오시게 되면 나는 우리 동네 어귀의 담벼락에 추위를 피하여 서서 아버님 오시기를 기약 없이 기다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만 해도 손목시계를 부모님이나 내가 가질 수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버님께서 저녁때에 맞추어 오시기로 했으나 안 오시면 어머님께서 걱정 하시면서 식사도 하지 않으시며 기다리셨던 기억도 선하며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또 나의 어린 시절 방과 후에 소를 데리고 들로 산으로 같이 다니면서 소가 풀 뜯어먹게 하며 뛰놀던 옛 추억이 생각난다. 우직해 보이는 소도 지혜가 있어 주인을 잘 알아보고 주인의 아이들에게도 거칠지 않게 대하며 끌려 다니면서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는 것에서 우리도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짓궂은 아이들이 가끔 소끼리 싸움을 시키면 한번 싸워서 진 경험이 있는 소와는 다음에 아무리 싸움을 시켜도 피해가고 다시 같은 소와는 싸우지 않는 지혜도 있다. 농촌에서 소하나 있으면 큰 재산으로 가족의 생계뿐 아니라 자녀들의 교육도 해결하니 우리농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산이다.
나의 초년시절에 소를 빼면 별로 이야기 거리가 없을 정도로 소는 나의 어린생활과 우리 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였다. 우리 주위에서는 소와같이 우직하면서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주인을 위하여 일하는 직원은 이기주의적이고 불성실한 직원보다 더 인정을 받고 더 출세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영화의 노인과 소는 부부나 부자 같은 관계같이 뗄래야 뗄 수 없는 아름다운 또 서로 의지하는 관계가 되어 같이 인생의 황혼을 향해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소를 도살자들에게 팔아넘기려다 가격이 맞지 않아 안 팔고 돌아와서 소의 마지막을 노인장과 같이 보낸 것, 특히 소의 마지막 숨을 거두는 때에 인간의 임종을 보는듯한 것과 그 소를 땅에 묻고 하염없이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셨을 노인어른을 생각하니 나의 가슴도 꽉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사람과 사람사이나, 사람과 가축과의 관계나 이런 믿음과 사랑, 상부상조, 상대를 배려하는 사회가 계속 이어지기 바란다. 소와 같이 일하고, 먹고, 자고만 되풀이하는 단순한 삶은 옆에서 보면 참 무의미하고, 보람 없고, 바보 같은 삶 같아 보이지만 그들이 열심히, 불평 없이 일하여 주인집의 삶에 큰 도움을 주면 주인은 소의 의식주를 해결하여 주듯이 우리도 불평 없이 하나님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살다보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실 것을 믿는다.
우리 모두 열심히,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어려운 경제난국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극복하자. 요사이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시간을 내어서 한번 영화를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서영석/ 미주 한인회총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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