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인 후다 바테르지(26.여)씨는 최근 결혼을 앞두고 속옷을 장만하기 위해 이웃나라인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로 향했다.
그녀가 속옷 몇 장을 사기 위해 비행기까지 타고 외국으로 향한 것은 사우디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점원들이 전부 남성인 사우디 속옷가게에서 속옷을 고르는 일이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바테르지씨는 AP통신을 통해 사우디에서 속옷을 살 때면 남자 점원들이 내 몸을 쳐다보며 `이건 손님한테 사이즈가 맞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한다며 왜 그들이 그런 식으로 나를 쳐다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우디에서는 여성 속옷가게라 하더라도 점원들이 대부분 남성이다. 사우디 정부가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남녀간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아이러니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속옷 가게 점원들이 여성이라면 이들 여성 또한 남성 손님과 접해야 하고 다른 남성 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에 사우디에서 여성을 점원으로 고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때문에 사우디 여성들은 속옷을 살 때 많은 불편을 느끼고 있다.
헤바 알-아키씨는 속옷을 사러 가면 대충 물건을 고른 뒤 재빨리 계산하고 서둘러 가게를 떠난다며 어떨 때는 내가 무슨 불법적인 물건을 사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에는 옷을 사기 전에 한 번 입어볼 수 있는 여성용 탈의실도 거의 없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성 점원이 있는 상황에서 여성이 옷을 벗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후다 바테르지의 동생 모디에 바테르지씨는 탈의실이 없기 때문에 브래지어를 살 때도 미리 한 번 착용해 보고 구입할 수 없다며 구입 후에도 집에 올 때까지는 과연 새로 산 속옷이 나한테 맞을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사우디 여성들이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사우디 제다에 있는 알-비다야 수유권장 단체와 여성지식센터 소속 50여명의 여성들은 지난 24일 모임을 갖고 속옷 불매운동을 벌여 나가기로 결의했다.
이들 단체는 극소수이긴 하지만 여성 점원을 두고 있는 상점을 이용토록 여성 소비자에게 권장하는 한편 남성 점원만 두고 있는 상점을 대상으로는 불매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또 여성 옷가게는 여성 직원만 둘 수 있도록 규정한 2006년 개정 법규를 조속히 시행할 것을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다.
이 법규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반대하는 이슬람 강경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현재까지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제다의 다르 알-히크마 여대의 림 아사드 교수는 이들 단체의 캠페인을 지지한다며 2006년 개정된 법규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한편 이 법규가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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