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합격자 발표시즌을 맞아 진학생 가정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주로 UC 계열 대학의 합격·불합격 통보가 끝났고, 4월로 들어서며 사립대학들의 합격자 발표가 이어진다. 캘리포니아 학생들은 대부분 지금쯤 진학 가능한 대학의 윤곽이 잡히면서 기뻐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그 옆에서 당사자 못지않게 기쁨과 실망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은 부모들이다.
한인들에게 가장 마음 비우기 힘든 것은 자녀교육, 그중에서도 대학 진학이다. 자녀가 ‘어느 대학에 합격했느냐’로 자녀교육의 성공 여부를 가리려는 경향 또한 없지 않다. 부부가 생이별을 하고 부자가 남남이 되는 사태를 불사하면서도 기러기 가족이 느는 것은 ‘대학’에 부과하는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특정 대학에 입학하면 그 길로 인생의 진로와 출세의 가닥이 잡히는 한국의 단선적 사회구조가 미친 영향이다.
미국에서 대학은 수시로 갈아탈 수 있는 열차와 같다. 한번 타면 종착역까지 그대로 가야하는 한국식 열차가 아니다. 명문대학이라는 특급열차 탑승에 성공한 수재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 학생들에게는 ‘낙심할 일 아니다’고 격려를 보내고 싶다. 앞날에 대한 구상이 뚜렷하고 목표가 분명하다면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는 것이 미국 사회이고 교육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은 후 졸업장은 명문대학에서 따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UC 계열 졸업생 중 1/3은 커뮤니티 칼리지 편입생들이다.
‘어느’ 대학 보다는 ‘어떻게’ 대학생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한인 자녀들 중 명문대학에 입학은 해도 따라가지를 못해 중도하차 하거나, 졸업하고도 그에 걸맞은 사회진출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개 부모의 닦달에 못 이겨 수동적으로 끌려온 학생들이다. 이들이 대학에 들어가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환경에 던져지면 자유를 감당하지 못해 낙오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학합격’은 결승점이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학생 스스로 얼마나 의욕에 차서 공부하며 꿈을 키우느냐가 앞으로 4년 후, 10년 후를 결정한다. 당장의 합격·불합격 통지에 울고 웃지 말았으면 한다. 멀리 내다보면 ‘대학합격’은 앞으로 넘어야 할 수많은 고지 중의 하나일 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