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 정부가 몽골에서 요청한 통화 스와프 개설을 거절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1억달러 수준의 스와프를 요청했던 모양인데 한국 정부의 반응은 “몽골 돈을 교환해 받아서 우리가 어디에 쓰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통화 스와프는 국가 간에 필요한 경우 자국의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의 통화를 현재의 환율로 빌려 쓰고 갚을 때도 같은 환율로 갚는 일종의 은행계좌를 말한다.)

당장 우리 코가 석자인 형편도 이해가 가지만,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대선주자였던 시절 몽골과의 국가연합의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을 상기해 볼 때 참으로 뜻밖의 반응일 뿐만 아니라 출범 이후 계속되어 온 이명박 정부의 근시안적 안목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실수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1억달러의 통화 스와프는 한국의 외환 보유고가 2,0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별 부담이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몽골 돈을 어디에 쓰겠느냐고 하지만 당연히 몽골과의 무역 및 투자에 쓰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몽골에 투자한 액수만도 1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양국 간의 교역량은 2005년 1억2,600만달러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몽골 국민의 한국에 대한 감정은 놀랍도록 따듯하다. 원나라가 중화에서 쫓겨난 이래 끊임없이 받아온 중국으로부터의 위협과 압력에 지친 몽골인들은 한국을 다정한 형제국으로 여기는 듯하다. 몽골의 막대한 지하자원을 노리는 일본 기업들의 열띤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몽골을 침략한 바 있는 일본에 대한 혐오와 경계심을 한국인들과 공유하고 있다.

몽골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품질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거리에 다니는 한국산 차들을 보면 아마도 한국의 중고차는 거의 다 몽골로 수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몽골인들은 한국제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긴다. 심지어 한국에서 은퇴한 고물 버스조차도 ‘마장동 행’또는 ‘신촌 행’등의 한글 사인들을 그대로 간직한 채 운영되고 있다. 몽골인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한글 사인이 바로 ‘진짜 한국제’라는 증명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한다.

이러한 몽골인들의 한국에 대한 짝사랑 이외에도 우리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몽골의 방대한 지하자원이다. 한반도의 일곱 배가 넘는 국토를 보유하고 있는 몽골은 세계 제 8대 지하자원국으로 알려져 있다. 석탄은 1,000억톤으로 세계 1위, 구리 매장량만 해도 5억4,000만 톤으로 세계 제 2위이다. 금 매장량은 그 전체 규모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2006년 타임지 아시아 판은 몽골을 ‘현대의 엘도라도’라고 불렀다.

반면, 몽골 정부는 열을 올리고 있는 개발국들의 구애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몽골인들의 입장에서는 대부분 구애의 손길을 펴고 있는 나라들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등)의 제국주의적 과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사정을 고려해볼 때 이명박 정부가 몽골의 도움 요청을 거절한 것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의 강대국에는 구걸의 손을 벌리면서 가난한 이웃에게는 차가운 등을 돌리는 의리 없는 국가로서의 평판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몽골에 지금 조그만 우의를 보여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래의 막대한 이익을 걷어차는 근시안적이고 졸렬한 외교라고 본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