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수양시설이 피비린내 나는 참극의 현장이 되었다. 남가주 테메큘라에 있는 ‘꽃동네 피정의 집’에서 지난 7일 총격사건이 발생, 한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시기적으로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는 주간이라는 점, 장소가 죄를 회개하고 영혼의 안식을 찾는 경건한 곳이라는 점에서 교인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나다.
수양관, 기도원, 피정센터 등 종교기관의 수양시설은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특성으로 한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깊이 기도하고 묵상하기위해서는 멀리 외딴 지역에 위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긴급사태 발생 시 이런 외진 환경조건이 얼마나 위험한 요인이 될 수 있는 지를 이번 사건은 잘 보여주었다. 게다가 기도로 병을 고치겠다는 생각에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자들이 종종 장기체류하는 상황이고 보면 이들 수양시설의 안전문제를 마냥 방치해둘 수가 없다.
테메큘라 총격사건은 시설 관리인인 용의자와 역시 그곳에서 봉사해온 피해자들 사이의 불화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69세의 노인인 용의자는 가족도 없이 혼자 그곳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다른 두 부부에 대해 소외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딴 지역, 몇 안 되는 공동체 내에서조차 따돌림 당한다는 생각이 들자 자격지심이 발동하고 분노가 쌓이다가 한순간에 폭발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한인남성들의 욱하는 기질, ‘너 죽고 나 죽자’는 불같은 성격이 이번에도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진 수양시설에서 이런 참극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설을 관장하는 교단이나 교회는 경각심을 가지고 예방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시설 내 봉사자들과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는 일이다. 고립된 환경에서 생활하다보면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빠질 수가 있다. 교단이나 교회 측은 봉사자들과 정기적으로 면담을 하며 애로사항에 귀를 열어야 하겠다.
둘째는 응급상황에 대비한 대처방안 마련이다. 인근 경찰서·병원 등과 사전 조율을 통해 긴급 상황 발생 시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둬야 하겠다. 아울러 필요한 것은 시설 내에서 총기소지를 금하는 일이다. 총이 옆에 있으면 사건발생 위험은 몇 배로 뛰어오른다.
신앙은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만큼 기도원이나 피정센터의 역할도 크다. 교인들이 안심하고 찾게 하려면 이들 기관의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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