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쿡(Ken Cook)은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환경연대(EWG) 대표다. 그는 공해연구 과학자며, 연방의회를 상대로 환경과 공공보건 법안 발의 등에 큰 영향력을 끼쳐온 로비스트기도 하다.
그의 관심은 화학물질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다. 사람들이 매일 집에서 쓰는 화학제품들이 과연 안전한가 하는 게 초점이다. 제초제, 비료, 살충제, 유리나 카펫 클리너, 헤어스프레이, 처방 약부터 비닐젖병과 고무장갑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정용 제품에 함유된 독성이 얼마나 유해한가를 조사해 왔다.
현재 미국엔 약 6만2,000종의 화학제품들이 안전검사를 거치지도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1976년 제정된 ‘독성물질 방지법’(TSCA)에 제조공장의 사전검사를 요구하는 조항이 없는 탓이다. 30년도 넘은 낡은 법이 아직도 유효하다.
그는 얼마 전 미 전국 병원에서 태어난 10명 신생아들의 태반에서 뽑은 혈액을 면밀히 검사했다. 사람 모태의 독성물질 오염도를 측정한 최초의 과학적 조사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탯줄에서 무려 287종의 화학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물론 미량이지만, PCB, VOC, 탈레이트, 비스페놀(BPA) 등 거의 절반이 발암물질이었다. 30년 전에 생산 금지된 DDT도 나왔다. PBDE란 단열재도 검출됐다. 모태가 독성물질들을 태아에게 가기 전에 필터처럼 걸러준다고 믿었던 속설이 사실이 아님이 판명된 것이다.
최근 미국 어린이들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질병들이 독성물질과 관계가 있다고 쿡은 주장한다. 유아들의 뇌암 발생률이 40%나 늘었고, 자폐증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산모 7명 중 1명이 유방암에 걸리고 불임도 증가세다.
이 실험 결과를 놓고 비판자들은 극히 미세농도(ppb)이므로 인체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한다. 헌데 쿡은 요즘 유행하는 정력제들-바이애그라, 시알리스 등이 미세농도에서도 지속적인 효력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인체에 스며든 화학물질들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게다.
그는 우선 산모들이 화학물질에의 노출을 줄이는 게 상책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생활습관의 변화를 권한다. 테플론을 칠한 냄비나 팬을 쓰지 말고, 수질이 좋지 않은 물은 정수하거나 끓여 먹고, 탈레이트가 함유된 향수제품은 가급적 피하라고 한다.
허나 거시적인 방법은 화학물질 제조업체들의 책임을 법령화하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어린이보호법’(Kids-Safe Chemicals Act) 추진에 몰두하고 있다. 화학물질의 안전도를 제조회사들이 필히 증명해야 유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채소나 과일에 쓰는 살충제도 인체에 무해함을 증명해야 시판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쿡은 그의 탯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열 명의 미국인’(10 Americans)이란 영상자료를 만들었다. 전 부통령 앨 고어가 ‘불편한 진실’이란 다큐멘터리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꿔놓았듯이 그도 화학약품에 대한 대중 의식전환이 목표다. 모태 오염실태를 쉽게 설명한 ‘10 Americans’의 동영상(http://www.ewg.org/ kidsafe)은 온가족이 함께 볼만하다.
김희봉/ 수필가·환경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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