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아트게이트 갤러리
설행수 씨 이끄는 다국적 재즈밴드 ‘원 소울 펠로우십’
화가 김옥지.한정희.백유정 씨 함께 한 공간서 연주.전시
사회주의자였던 피카소는 인간과 사회에 대해 천착했던 ‘우울한 시기’를 통과하고 1910년대부터 프란츠 마크와 공동 작업을 하며 큐비즘의 맹아를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어갔다. 동료 작가들은 사물의 형태라는 벽을 무너뜨린 그의 그림을 보고 ‘가장 순수한 회화’라고 평했고 피카소는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했고 음악을 듣는 기분으로 감상하기 바란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플라톤이 시와 연극과 미술을 ‘결국 모방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면서도 음악만은 예외로 인정한 이유가 음악이 가지는 근본적인 추상성에 있었던 것에도 알 수 있듯이 추상 회화와 음악은 서로 가장 가깝게 닿아있는 예술이다. 처음부터 그림을 모티브로 한 CD 발매를 목적으로 작곡을 한 재즈 뮤지션과 실험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전시에 목말라했던 젊은 큐레이터가 만나하는 이색적인 전시를 준비했다. 베이스 연주자 설행수씨가 이끄는 다국적 재즈밴드 ‘원 소울 펠로우쉽(One Soul Fellowship)’과 화가
김옥지, 한정희, 백유정씨가 함께하는 ‘인터액티브 재즈 전시회-어너더 시즌(Another Season)’이 첼시의 아트게이트 갤러리에서 5월 5일부터 시작된다.
갤러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 설치물이나 비디오 작품에 스피커를 설치해 사운드를 가미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실비아 김 관장이 원했던 것은 “단순히 음악과 그림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것을 넘어 서로가 소통하고 반응하는(interactive), 강렬한 시청각적 시너지가 발생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김 관장이 이번 전시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6개월 전 설행수씨를 만났을 때부터다. 뉴스쿨에서 재즈와 현대 음악을 전공한 뒤 2005년 퀸텟 밴드를 조직한 설씨는 1집을 발매한 뒤 2집 앨
범은 그림에 관한 곡으로 채운다는 컨셉으로 작업 중이었다. 재즈의 본질을 ‘즉흥성’과 ‘인터액티브’라고 정의한 설씨는 “그림에 영감을 얻고, 그림을 떠올리고, 그림을 그리듯이 연주해 나가며” 2집을 완성했다. 그리고 김 관장은 원 소울 펠로우쉽의 음악과 가장 어울리는 작가들을 찾았다.
김옥지씨는 뉴욕을 대표하는 현대화가 100명에 선정될 정도로 명망 있는 작가지만 충만한 영성과 화려한 색체, 신비한 조형성 등 무엇보다 작품이 잘 어울렸다. 특히 그의 작품 ‘사랑의 세포’는 컴퓨터 스크린속의 이퀄라이져를 연상케한다. 전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 작품들이다.
중견 서양화가 한정희씨의 작품들은 이번 전시의 제목인 ‘또 다른 계절’과 가장 잘 어울린다. 그의 그림들은 분명히 늘 보아온 풍경이지만 절대 이세상의 풍경은 아닌 듯한, 생경한 피안의 느낌을 준다. 스웨덴에서 20년을 작업한 작가의 그림에는 음울하고 차가운 북구의 분위기 물씬하지만 동시에 강한 생명력과 희망의 기운이 넘친다. 설행수씨가 그의 작품 ‘조이(Joy)’보고 “내가 작곡하면서 연상했던 이미지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백유정씨는 경성대에서 디지털 디자인을 전공했고 NYU에서 ‘Interactive Telecommunications Program’으로 석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전시의 인터액티브 컨셉과 가장 기술적으로 가까운 배경을 가졌다. 파이버 옵틱(Fiber Optic)과 픽셀 글래스를 활용한 작품에 센서를 설치해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첨단 미술 작품을 준비 중이다. 김 관장은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작품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 항목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에서 얻어지는 수익을 기부하는 것에 동의해야 하는 것이었다. 원 펠로우쉽은 그동안 저소득층 가정과 환자, 이민자, 셸터 등에서 꾸준히 자선공연을 벌여왔고 이번 전시의 수익도 할렘 재즈 아웃리치 프로그램에 기부하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어리석은 기획이라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도 있었지만 기꺼이 동참해 준 훌륭한 작가분들 덕분에 전시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월 7일 오후 7시와 9일 오후 4시에는 원 소울 펠로우쉽의 라이브 연주가 벌어진다. 547 West 27 St. #301. 212-695-8971~2. <박원영 기자>
‘인터액티브 재즈 전시회-또 다른 계절’을 기획한 아트게이트 갤러리 실비아 김 관장(오른쪽부터)과 재즈 밴드 원 소울 펠로우쉽의 리더 설행수씨. 작가 한정희, 김옥지, 백유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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