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스님<새크라멘토 영화사 주지>
오월에 스님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있다. ‘스님은 어머니 안 보고싶으세요? 집에 가고 싶지 않으세요 ?’ 스님도 당연히 어머니 보고싶고 집이 그립다. 하지만 부모와 집을 등지고 산다. 왜 ? 부모하고 사이가 안좋아서도 아니고 집에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것이 출가법이기 때문이다. 스님이 불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운전자가 교통신호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보통 사람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심지어 한편에서는 ‘부모를 팽개치고 떠나버린 불효막심한 놈’으로 욕하기도 한다. 이것은 불교를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사소한 오해에 불과하다. 스님들은 그런 거에 신경 안 쓴다. 그게 아님을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승가가 알고, 부처님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우리 민족은 오랜 유교의 관습대로 살아온 민족이다. 조선시대에 중국에서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우리는 유교를 따르는 민족이 되었다. 그래서 억불숭유정책으로 인해 많은 스님들이 희생되었고, 부모님이 주신 것은 털끝도 회손해서는 안된다는 유교적인 신념으로, 단발령이 내려졌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도 있었다.
이렇게 우리민족은 오랜 유교적인 관습 위에서, 불교를 믿고, 다른 종교를 실천하고 있다. 그러한 입장에서 가정과 효를 이해하는 한은, 스님의 출가의도를 죽어도 이해할 수 없다. 때문에 가정을 버린 스님을 불효자라 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가치관의 차이일 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에 대한 관점의 문제인 것이다.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가족은 윤회와 인연으로 모인, 소중한 화합의 장이다. 그것은 하나의 최소 단위일 뿐, 그 최소 단위가 모여서 이루어진 세상 또한, 나의 소중한 가정인 것이다.
그리하여 내 부모못지 않게 세상사람 모두가, 국가와 인종에 상관없이, 다 소중히 여겨야할 존재들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소중한 가정을 갖지 않아야 한다. 내 새끼가 있고 내 부모가 있으면 그들에 대한 사랑과 편애로 인하여, 남에게 나누어줄 평등한 사랑이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맛있고 좋은 것이 생기면 내 살붙이에게 먼저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출가는 제일 먼저 그 욕망을 끊는 것이다. 일체 중생을 차별없이 모두 제도하기 위해서는 내가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야 되는 것이다. 불교는 가정을 부정하는 곳이 아니다.
가정은 나를 낳아 길러, 출가하여 중생 제도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불성의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그 누구보다 부모의 소중함을 안다. 낳아준 부모 없이 어찌 스님이 있으랴 ! 그 절절한 고마움을 스님들은 평등한 자비 실천에 쓴다. 부처님은 가르쳤다. ‘그대들이 부처의 제자로서 효순의 도를 닦는 자라면, 마땅히 생각생각마다 항상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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