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가 이번 LA 방문 중 재외국민 투표권 행사와 관련해 보인 입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한인사회가 현실적 방안으로 제시해온 우편투표에 대해 홍의원은 한 치의 재고도 없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가 재외국민 참정권 실현에 앞장선 사실을 고맙게 여기는 한인사회로서는 그만큼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홍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의 우편투표 반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편투표는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직접선거 원칙에 반하고 대리투표 등 부정이 개입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는 시행되지 않는 우편투표를 해외에서만 실시한다면 평등선거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그는 말했다. 원칙론으로서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한국정부가 재외국민 참정권을 인정한 이상 현실적 시행방안 마련에 좀 더 성의를 보였으면 한다. 법의 원칙을 존중하되 재외국민들의 상황과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재외국민이 투표를 하려면 먼저 관할 공관을 방문해 등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한국에서 투표용지를 발송, 선거 당일 공관에 설치된 투표소에 가서 신분증을 제시한 후 투표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한인들이 모두 영사관을 중심으로 코리아타운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면 문제가 없을 규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시카고 총영사관 같은 경우 현재 13개 주를 관할하고 있다. 그래서 주별로 도시를 선정해 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지만 이 또한 현실을 모르는 말이다. 미국의 주는 보통 크기가 남한 전체만하다. 거리로만 본다면 한국 전체에 투표소를 하나 설치해놓고 전 국민에게 그곳에 가서 투표하라는 격이 된다. 부산 사는 사람에게 서울 가서 투표하라면 투표율이 어떻게 될지는 불문가지다.
한국정부는 원칙만 고집할 일이 아니다. 재외국민 참정권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중 한 방안이 우편투표다. 투표율 제고를 위해 영사관이 순회업무를 통해 등록을 받고 우편으로 투표하게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투표율 저조는 한국에서도 문제다. 이참에 한국 내에서도 우편투표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능한 한 많이 반영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생명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