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 있는 세인트 오거스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플로리다를 발견한 스페인의 탐험가 후안 폰세 데 레온이 1513년 이곳에 첫 발을 디디고 도시를 세웠다. 푸에르토리코의 총독이었던 그가 이곳에 온 것은 한 번 마시면 영원히 늙지 않는 ‘청춘의 샘’을 찾아서였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이 도시에는 그를 기념하는 ‘청춘의 샘 국립공원’이 있다.
지구상 어디엔가 ‘청춘의 샘’이 있다는 믿음은 영생불사를 바라는 인간의 소망만큼 오래 됐다. 헤로도투스의 ‘역사’에는 에티오피아에 이런 샘이 있다는 기록이 있고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사신을 제주도까지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원한 젊음을 약속하는 묘약을 발견한 인간은 없다. 오히려 이를 구하려는 노력이 생명을 단축시켰다. ‘청춘의 샘’을 찾던 폰세 데 레온은 인디언의 독화살에 맞아 47세로 사망했고 진시황제도 수은이 든 환약을 장수 보약으로 알고 먹다 약물중독으로 49세에 이승을 하직했다.
그러나 최근 불로초까지는 아니더라도 노화를 늦추는 성분이 발견돼 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프랑스인들이 심장병에 걸리는 확률이 오히려 적은 소위 ‘프랑스 패러독스’가 CBS 보도로 세상에 처음 알려진지 벌써 17년이 지났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프랑스인들이 엄청나게 마시는 붉은색 포도주에서 찾았다. 이 포도주에 다량 함유돼 있는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성분이 심장질환 예방에 특효가 있다는 것이다.
그 후 해를 거듭하면서 이 성분이 심장병뿐 아니라 당뇨, 류머티즘, 알츠하이머, 암 등 노화와 관련된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노화 자체를 늦춰준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지금까지 입증된 가장 훌륭한 노화 예방법은 덜 먹는 것이다. 보통 원숭이보다 30% 덜 먹은 원숭이는 원숭이 평균 수명인 27세가 돼도 팔팔하며 당뇨나 암, 심장병에 걸릴 확률도 현저히 줄어든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덜 먹는 ‘굶는 사람 모임’(Calorie Restriction Society)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보다 노인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가 고파 이를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다. 굶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사람에게 레스베라트롤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데이빗 싱클레어가 세운 이 성분 전문 연구소인 서트리스사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잘 먹은 두 마리 가운데 이 성분을 투약한 쥐는 2배나 빨리 뛰었을 뿐만 아니라 평균 수명이 20%나 길고 부검 결과 내장도 건강했다.
쥐 실험에 성공했다고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보장은 없다. 쥐에 효과가 있는 약의 90%가 인간 실험 결과 실패한다. 그러나 이 성분의 포텐셜은 최근 대형 제약회사인 클락소 스미스클라인이 서트리스를 7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성분을 농축시킨 알약 시장은 현재 연 2,000만달러로 비타민 등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 성분을 어느 정도 섭취해야 하는지, 장기간 섭취해도 부작용은 없는지에 관해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럼에도 동물실험 결과 약효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과학자들 가운데도 이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분야 전문가인 싱클레어 교수는 “90세 노인이 60세 노인처럼 건강하게 살다 잠자면서 평화롭게 숨을 거두는 날이 올 것”이라며 그 시기를 넉넉잡아 5년, 아무리 늦어도 우리 생애 중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 날이 오면 미국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의 하나인 의료비 폭등 문제도 해결된다. 하루 속히 그 날이 오기를 모두 두 손 모아 기도해야겠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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