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바다 밑의 지층이 열에 의해 마그마로 되었다가, 표면으로 솟아 오른 후 식으면서 형성된 화강암을 기반으로 한다. 그 화강암이 빙하기 동안 빙하에 의해 수직으로 깎이면서 기암절벽이 많이 생겨 암벽 등반가들의 고향이 되었다.
여러 암벽들 중에서도 가장 큰 바위는 ‘엘 캐피탄’이라는 바위이다. 암벽 등반가들이 꼭 한번 올라보고 싶어 하는 엘 캐피탄 바위는 멀리서 보면 사람이 서 있는 모습 같다. 높이는 3,593 피트. 정상 가까이에 가면 경사가 수직이다 못해 매달려서야 올라가는 부분이 있어 이를 사람의 ‘코’라고 부른다.
엘 캐피탄에 사람이 처음 오른 것은 1958년으로 47일 걸려서였다. 수년전에는 에릭 위엔마이어라는 시각장애인이 동료들과 함께 5일 만에 정상에 올랐다. 에릭은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암벽을 두드려가며 한걸음씩 올랐다고 하여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얼마 전 그곳에 갔다가 세계적인 암벽등반가 론 콕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행운을 누렸다. 암벽등반을 시작한지 30여년이 된 그는 이제 산과 하나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바위를 타고 오를 때마다 지구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자연과 동화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론은 조물주께서 주신 이 아름다운 자연, 물과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에너지의 원천인 햇빛을 받기 위해 자신이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감사의 고백을 하였다.
그는 여러 차례 ‘엘 캐피탄’을 올랐는데 짧게는 15시간, 길게는 7일이 걸렸다고 한다. 여러 날 걸리는 경우에는 바위틈과 줄을 의지해서 잠을 자야만 한다.
등반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밧줄, 간단한 음식, 물과 이슬을 피할 수 있는 단순한 장비뿐이다. 다른 모든 것은 바위를 오르는 데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자연은 “내가 원하는 것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고 내게 꼭 필요한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고 그는 말했다.
욕심이 요구하는 불필요한 것들을 나는 얼마나 많이 주렁주렁 달고 살았던가?
암벽등반 경력이 쌓일수록 그는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솔직해져야만 한단다. 그리고 그는 오로지 한순간에 한걸음, 다음 동작만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쟁적으로 사느라 나 자신을 들볶았던 날들을 생각해 보았다. 한순간, 순간의 즐거움과 감사를 잊어버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근심으로 낭비를 했었던가.
론은 ‘엘 캐피탄’에 올라갈 때마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외로움, 질투, 욕심에서 벗어나는 것을 배운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구 위에 단순히 존재하는 것과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완전히 질적으로 다르다고 덧붙였다.
지구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자연을 보존하며 우리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또 한 사람을 사랑하며 더불어 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악수를 하면서 론의 손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오랜 세월에 걸친 각고의 인내와 단순함의 진리가 내 손의 두 배나 되는 그의 손에 두툼한 굳은살로 박혀있었다.
김홍식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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