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미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된 즈음인 1849년, 일본인들이 북미주에 들어온 것은 1885년부터이다. 우리 한인들의 첫 미국 이주 시기는 1903년이다.
그렇게 보면 중국인은 약 50년, 일본인은 20년 우리들의 이민 선배다. 그래서 당시 우리 이민 선조들은 어디에 가서 살며 무슨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지에 그리 고심하지 않아도 되었다. 중국인, 일본인들이 있는 곳에 가면 이웃으로 받아 주었고 그들이 하는 일을 하면 되었다.
중국 인, 일본인들은 당시 텃세를 부리지 않았다. 피차간에 인종차별을 받으며 이방인으로 사는 형편이니 한인들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주었다. 초기 이민 당시 한인 노동자들은 일본인이 경영하는 하숙집에 기거 하였으며 또 한인들의 중국인 운영 도박장 출입도 잦았다.
그러다 보니 한인들 중에 도박에 아편까지 중독되는 예가 많았다. 그래서 중국인을 멀리 하자는 운동까지 벌였었다.
한편 당시 한인들은 나라 없는 이방인이었다. 백인들에게 왜 나라 없는 신세가 되었는지 설명 하자니 자존심이 상해 아예 중국인으로 알게 해버리는 때가 많았다.
그러나 중국 일본 한국의 세 동양인들 간의 집단생활 패턴에는 차이가 있었다. 중국인들은 공 자나 노자 사당과 종친회를 중심으로 생활하였고 일본인들은 신또 사찰과 지역동우회로 뭉쳐 있었다.
반면 한인들의 생활중심체는 교회였다. 초기이민 배에 꼭 목사나 전도사가 있었듯이 한인 10명만 모여도 예배모임이 있었다. 이것은 기독교인들이 초기 이민의 주축을 이루었으며, 1882년 한미 수호조약의 인적 교류 협약으로 선교사 투입이 가능하였기 때문이었다.
한인 이민초기 교회는 하나님의 구원이라는 기독교 신앙과 민족정기가 같이 얽인 구심점이었다. 자유와 평등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것이다. 일본은 이것을 우리에게서 앗아갔다. 그러기에 조국독립을 하나님께 예배와 기도로 갈구하는 것은 그분이 주신 선물을 되찾아달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교회에서 독립자금 모금운동을 벌이고 목사가 민족주의자 역할을 병행 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었다.
신사 참배를 강요당하고 일본경찰의 예배 감시를 체험한 당시 이민 선열들이 기독교 나라 미국에 와서 마음껏 하나님을 섬길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경험이었는지를 지금의 우리는 잘 모른다.
당시 캘리포니아에 평양신학 출신의 백신구 목사라는 분이 계셨다. 슬하에 9명의 자녀를 두고 있어 목회를 통한 생계 보장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농장 목장 과수원을 전전하며 일을 해서 연명했지만 끼니가 떨어질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아이들에게 비스켓을 쪼개 나누어주고 물로 배를 채우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의 큰딸은 자서전에 아버지가 비스켓을 놓고도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이 원망스러웠다고 썼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14살때 또 비스켓 몇 개로 끼니를 때우고 수돗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부엌 쪽으로 가보니 엄마와 아빠의 볼에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리더라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훔쳐보고는 자기가 너무 이기적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하나님을 마음껏 섬길 수 있는 자유를 감사한 것이며 하나님을 믿는 나라에는 희망이 있기에 너희들의 장래를 위해 기도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고 큰딸은 회상했다.
교회는 한인 이민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오늘의 미주 이민교회들도 그 역사의 뿌리를 잃지 말기를 바란다. 지금은 반쪽이나마 고국이 있으니 독립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대신 우리의 차세대와 가난한 이웃을 위한 일에 관심을 쏟아야 하겠다. 북한 동포 역시 아직 해방되지 않은 우리의 겨레다.
교회가 차세대에 보여줄 것이 세습, 교세 확장 경쟁, 주도권 싸움 등은 아닐 것이다. 초기 이민한인들이 교회를 통해 갈구했던 자유 정의 평등의 구현은 아직 끝난 일이 아니다. 한인교회들이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차만재/ 칼스테이트 프레스노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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