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30대 후반이 되도록 결혼을 안 하면 많은 부모는 걱정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동성연애자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보았는가. 딸이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며 부모에게 소개하는 날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 이가 훤칠한 키에 따뜻한 미소를 지닌 여성이라면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리는 거의 만무하다. 동성애에 대한 한인사회 문화로 볼 때 이런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힘들다. 앨런 당과 맨디 후가 2004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론조사에 응답한 124명의 아시안 동성연애자 중 96%가 아시안 문화가 동성연애자들에게 적대적이라고 밝혔다.
동성애에 호의적인 문화는 별로 없지만 한인들 사이에는 더욱 힘들다. 특히 매스컴이나 영화에서 보는 동성연애자들은 주로 성적으로 타락한 부류로 간주되고 왜곡된다. 또 주로 백인들이다. 마치 정상적인 삶을 누리는 동양인 동성연애자들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동성애는 사회화의 결과가 아니다. 선천적으로 남성은 남성한테, 그리고 여성은 여성한테만 끌리고 사랑을 느낀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그 많은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을 겪으면서 굳이 동성연애자로 살아갈 이유는 없다.
워싱턴에서 살고 있는 34세의 맷 전씨는 처음에 그런 자신의 느낌들이 너무 혐오스러울 정도로 싫고 불안해서 교회에 가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고 의학책을 뒤져 치료약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는 밤낮 절실히 기도했으며 그러다 25세가 돼서야 동성연애자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게끔 하나님으로부터 힘이 생겼다고 한다. 그 이후 친구와 가족들한테 자신의 참모습을 보였으며 행복과 자아를 찾았다. 말문을 열기가 가장 힘든 대상은 어머니였다.
서로 사랑하고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커플이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서추세츠 등 9개 주를 부분적으로 제외하고 미국 전역 어디에서도 결혼을 못한다는 것은 비극이다. 캘리포니아 같이 진보적인 주도 동성끼리의 결혼을 작년에 잠깐 허용했다가 다시 불법화 시켰다.
종교와 정부가 분명 갈라져 있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단지 동성이라는 이유로 결혼할 권리마저 박탈하는 것은 너무나 근본적인 자유침해다. 동성이 사귀고 결혼하다고 해서 다른 이들한테 피해 주는 것이 무엇이기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기독교 신자들이 주로 반대한다. 그 기독교 신자들의 자식이 동성연애자라면 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동성애자인 올 27세의 조모씨는 오리건주 한 교회 집사님 아들이다. 그는 현재 LA에서 살고 있으며 3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부모님은 아직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를 남자친구로 인정한다며 부모의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을 이해하는 듯 했다.
동성연애는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고치거나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 자식을 사랑하면 그들의 근본적인 부분까지 사랑하고 포용하면 어떨까. 맷 전의 어머니도 5년의 시간이 지난 다음 아들의 고백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혹시 친구들 중에 특별한 친구가 있는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없다고 대답 했을 때 어머니는 희망 찬 목소리로 격려했다. “어딘가에 우리 아들을 위한 좋은 사람이 있을 거다. 조만간 그를 찾을 거야.”
조남주 /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Cho_namju@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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