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폴 비더먼은 최첨단 수영복 덕분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부력 늘고 마찰 줄여
세계신 속출 주인공
내년부턴 퇴출 운명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주인공은 마이클 펠프스(미국)도 남자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스타로 떠오른 파울 비더만(독일)도 아니다. 바로 내년부터 세계대회에서 퇴출당할 운명에 놓인 최첨단 수영복이다.
최첨단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너무 많은 세계 기록을 갈아 치웠기 때문이다. 로마 세계대회에서 6일 동안 모두 35개의 세계 신기록이 작성되면서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수영 세계신기록 개수인 25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최첨단 수영복의 혁명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자 선수들이 처음 전신 수영복을 입으면서 경기용 수영복은 트렁크와 삼각 수영복에서 전신과 반신 수영복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최첨단 수영복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한 것은 수영복 제조업체인 스피도가 지난해 2월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개발한 ‘레이저 레이서’를 내놓으면서다.
타임 매거진은 지난해 11월 ‘올해의 발명품’ 50선을 발표하면서 이 수영복을 26위에 올려놓았다.
레이저 레이서는 봉제선이 없고 방수소재 직물을 사용해 기존 수영복과 비교하면 마찰이 20%가량 줄었다. 또 부력도 뛰어나 수영 속도가 빨리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복 개발 직후 효과 검증에 참여했던 펠프스가 “몸이 로켓처럼 빨라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을 정도.
◇최첨단 수영복의 퇴출
최첨단 수영복이 지난해 초 등장한 이후 지난해에만 무려 108차례, 올해에도 로마 대회 전까지 30여 차례나 세계 기록이 새로 작성되면서 ‘기술 도핑’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지난 4월 알랭 베르나르(프랑스)가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사상 처음으로 47초의 벽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 당시에 입었던 아레나 수영복 X-글라이드가 국제수영연맹(FINA)의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해 세계 기록으로 공인받지 못했다.
이번 로마 세계대회에서도 스피도를 대신해 아레나의 최첨단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세계 신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스피도가 신제품을 내놓지 않은 사이 최근 나온 ‘아레나’의 최첨단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펄펄 날고 있는 것. 로마 세계대회에 참가한 한국 경영대표팀도 스피도를 입은 박태환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레나의 ‘아콰포스 제로’를 착용했다.
스폰서 계약상 스피도를 입은 펠프스는 아레나를 입은 파울 비더만(독일)에게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내준 뒤 “수영이 수영 그 자체로 돌아가는 내년에는 참 재밌을 것이다. 실력으로 정당하게 겨뤄보자”며 첨단 수영복에 대해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최첨단 수영복 퇴출 움직임에 대해 아레나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축구화나 축구공이 좋아서 공이 멀리 나간다고 예전 축구화나 축구공을 사용하자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수영복이 좋다고 못 입게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더만도 펠프스가 수영복 탓을 하는데 지쳤다며 “없어서 못 입고 있다면 내가 직접 사주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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