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책 제목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니? 아내가 있을 때 이 책을 집어들면 오해받기 십상이다. ‘당신도 같은 생각이지?’라는 의혹의 눈초리가 등에 비수처럼 꽂힐 것이 뻔하다. 이런 용감한 제목을 달고 책을 낸 김정운이란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호기심이 갔다. 그는 1962년 서울 태생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를린 자유대학교 심리학과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는 명지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프로필을 제쳐두고 자신은 팔뚝 굵은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상에 감사하며, 아침마다 그 날 가지고 나갈 만년필 고르기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고, 거리의 망사 스타킹을 보면 가슴이 뛰어 낚시가게 그물만 봐도 흥분하고, 자동차 운전석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목 놓아 따라 부르며 주책없이 울기를 좋아하는 사십 끝줄의 대한민국 남자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기실 가족과 성공을 위해 무작정 달려온 남자들이 왜 어느 순간 자아를 상실한 느낌이 드는지, 권위와 의무감에 탈출구가 막힌 듯한 느낌이 드는지, 지친 영혼을 누일 곳을 찾지 못하는지 등에 대한 문화심리학적 분석서이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우리가 언제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나. 힘든 지금 이 순간을 넘기면, 은퇴하고 나면, 자식들이 크고 나면, 내일부터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 행복하지 못한 ‘행복 유예병’은 성취지상주의가 낳은 이 시대의 돌림병이다”라고 까지 말하는 그는 왜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선언한 것일까.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해보라는 것이다.
21세기의 성공은 어떤 모습일까. 새벽에 일어나고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한다고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과 공감하고 인간적 훈기를 끌어내는 능력, 똑같은 것을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능력 등이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 줄 확률이 더 높다. ‘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도무지 행복해지지 않는 걸까?’라는 아주 절박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그는 수많은 문화심리학적 사례와 연구 결과를 종합 수집하고, 이를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걸러내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은 수많은 성공처세서에 지친 독자들에게 주는 유쾌한 위로이기도 하다.
이형열(알라딘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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