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타운 한복판에 고급 한정식 S식당이 문을 열자, 많은 사람들은 “머지않아 문 닫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곤두박칠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과열 경쟁으로 인해 그나마 잘 되던 식당들도 문을 닫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 식당이 오픈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에 달했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모두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단다. 비결이 무엇일까? 업주를 인터뷰하니 돌아온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바로 직원이든, 납품업체든, 고객이든 무조건 ‘마음’ 잡기에 공략했다는 것이다.
‘마음’을 잡는 다는 것이 뜬 구름 같은 이야기로 들리는가? 의외로 매우 구체적이며 실질적이다. 일단 직원의 마음을 잡는 것은 ‘내가 받고 싶은’ 대우를 그들에게 해 주는 것이다. S식당의 업주 C씨는 장사가 안 되던 초반에는 직원들의 ‘팁’ 수입이 없는 것이 안타까워 지인들을 불러 일부러 식사를 한 뒤 팁을 놓았다고 전한다. 그는 “직원들이 충분히 먹고 살만큼의 수입이 돼야, 하는 일에 애정을 갖고 이직을 안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납품업체의 마음을 잡는 것 역시 간단하다. 지불할 돈을 제때 지불하는 것이다. 최근 타운 업소를 대상으로 한 납품업체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돈이 없어 제품 값을 주지 않는 업주도 있지만, 현금 보유량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돈을 늦게 주는 업주들이 많아 울상이라는 것. 바로 이런 때에 돈을 빨리 지불하는 S식당과 거래를 하려는 납품업체들이 줄을 잇게 된 것은 당연지사. 신선하고 좋은 재료가 나오면 이 식당에 제일 먼저 가져오니, 좋은 재료를 저절로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 C씨의 설명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한인들의 인심은 더욱 흉흉해진 듯하다. 한 유명 호텔의 한인 매니저는 “한인 단체들은 호텔에서 행사를 연 후 남은 비용을 몇 개월씩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한 숨을 쉬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기가 어렵기는 타인종도 마찬가지일 텐데 비단 한인들만 악명을 날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답답해졌다.
USA투데이와 IHS 글로벌 인사이트가 올 4분기에는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 놓는 가운데 주택가격이 이미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현금이 있는 사람들은 다시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는 언젠가는 다시 좋아질 것이며, 부동산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장 좋은 투자라는 생각에서다.
마찬가지다. 경기가 언젠가 좋아진다면, 어렵더라도 불경기에 신용을 쌓아놓은 업주는 경기 회복과 함께 놀라운 비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작은 노력으로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시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홍지은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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