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어 화가 꿈 이룬 김구자씨
내달 18일까지 LA아트코어서 전시회
김구자(66)씨는 60세가 넘어서 화가의 길에 들어선 놀라운 용기의 여인이다.
물론 30여년간 카드 디자이너였던 그녀에게 미술적 배경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안정된 고소득 직업을 버리고 환갑 넘은 나이에 순수미술을 하겠다며 매일 14시간씩 그림에 매달려온 그녀의 선택은 ‘꿈을 향한 열정’ 이외의 것으론 설명할 수 없다.
“사람에게 열정이 있으면 그것을 추구할 때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메디케어 나이가 되어도 꿈이 있으면, 뭔가 하려고 하면, 기회도 오는 것이지요.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역경을 맞는 삶이 필요합니다”
서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1967년 미국으로 유학와 오클랜드의 캘리포니아 아츠앤 크래프트 칼리지에서 응용미술과 판화를 전공한 김씨는 아메리칸 그리팅스 카드 회사에서 33년간 디자인과 컨설팅을 하며 안정된 가정을 꾸려왔다. 그 세월동안 화가로 성공한 친구를 보면서 “나도 이젠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시시때때로 고개를 들었으나 그렇게 쉽고 좋은 직업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를 보며 “도안 테이블을 없애버리라”고 해준 남편의 말에 용기를 낸 그녀는 2005년부터 아메리칸 그리팅스가 보내오는 달콤한 콜에 답하지 않았다.
김구자씨는 수천 수만개의 해바라기를 그려왔다. 15년전 아고라 힐스의 해바라기 밭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받았던 그 강렬한 인상은 그 오랜 세월동안 지치지도 않고 그녀의 회화적 이미지를 지배해왔다. 처음에 해바라기의 형태가 살아있던 그림은 해바라기와 한글의 조화가 감각적인 통합작업으로 변화했으며 지금은 거기서 떠나 해바라기의 본질, 에센스만 살아있는 그림으로 진화했다. “해바라기와 내가 혼합된 그림이며, 마침내 그러한 표현의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온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작은 사이즈(12x12)의 그림으로 수십개의 연작을 만드는 김씨의 작품은 원과 선과 색이 다양한 형태로 분할되는 추상적 유희의 즐거움으로 주류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40여점의 작품이 미국 기업들에 렌탈로 전시돼있으며, 지난 26일부터 오는 9월18일까지 LA아트코어 브루어리 아넥스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다. 마사코 다노와의 2인전이지만 개인전이라고 해도 좋을 큰 전시다. 몇차례의 그룹전에 이어 처음 갖는 주요 전시회라고 기뻐하는 김구자씨는 여기서 해바라기 외에 세상의 모든 ‘관계’를 표현한 새 작업 ‘인카운터’도 일부 소개한다고 밝혔다.
아트코어 전시회의 리셉션은 9월6일 오후 1~3시에 있다.
문의 (323)276-9320
<정숙희 기자>
김구자씨의 작품 ‘해바라기 판타지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