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한인 1세들의 왕성한 기부활동이 눈길을 끈다. 유명 식품회사 창업주는 은퇴자금 100만달러를 투자해 지구촌 어린이들의 장학사업을 위한 비영리단체를 만들었고, 약사 출신의 60대 여성은 주택을 35만달러에 매입해 강제퇴거 위기에 놓인 선교단체에 무료로 기증했다.
모두가 어려운 때라고 한숨을 쉬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인들은 의외로 많다. 경제적 안정을 이룬 이민 1세들을 만나면 종종 “좋은 일을 하고 싶은데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는다. 재정적 후원을 하고 싶지만 그 돈을 믿고 줄 수 있는 곳이 어딘지 몰라 기자에게 물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영리단체, 그 중에서도 특별히 커뮤니티 후원에 의존하는 봉사단체는 늘 후원금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는 믿고 줄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인사회 기부문화가 단순히 인맥이나 여론에만 의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 있어서’ ‘요즘 저 단체가 유명해서’ 등의 이유가 기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주류사회에서 모금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자신이 어렵게 번 돈을 남에게 기부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이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문서 자료’를 통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부도 사회를 위한 투자로 본다면 ‘말’이나 ‘겉모습’에만 의존하지 않고 ‘문서’와 ‘기록’을 통해 단체의 과거, 현재, 미래를 검토하고, 자신의 뜻이 단체의 활동에 부합될 때 비로소 기부를 결정하라는 설명이다.
기부자들은 후원 결정에 앞서 단체가 소득공제를 해줄 수 있는 비영리단체(501c3)로 등록돼 있는지, IRS에 세금보고(Form 990)를 하는지, 단체의 설립 목적과 중장기적 목표는 무엇인지, 그것이 자신의 후원 목적과 부합되는지 등을 문서를 통해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단체가 자료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거나 차일피일 미룬다면 후원을 심각해 고려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영리단체 세금보고서는 공문서이기 때문에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인도 열람이 가능하다. 종교기관의 경우 예외지만 한인사회 기독교 봉사단체 중 일부는 재정의 투명성을 위해 세금보고서를 커뮤니티에 공개하고 있다. 세금보고서를 통해서는 단체의 연간 수입과 지출, 기금모금을 통한 수입과 지출, 단체 대표의 연봉 등 전반적인 재정현황을 검토할 수 있다.
절대로 현금으로 기부하지 말 것, 기부할 때 수표의 ‘수취인’(pay to the order)난은 비워두지 말고 개인이 아닌 단체 이름을 기입할 것 등도 기부자가 ‘똑똑한 기부’를 위해 기억할 사항이다. 낯선 나라에서 힘들게 모은 이민 1세들의 소중한 재산이 한인사회, 더 나아가 미국과 세계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의미 있게 사용되길 소원한다.
김동희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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