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꺼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이 많은 직원들이 은퇴를 할 수 없거나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정부와 기업 연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예정대로 사람들이 은퇴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갈수록 은퇴 비용을 개인 저축에 의존하고 있는데 작년 이것이 폭탄을 맞았다. 은퇴하려던 사람들도 계획을 접고 일자리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으며 빈자리도 줄고 있다. 일자리를 찾는 1,400만의 미국인들에게 이는 취업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곧 은퇴하거나 파트타임 일을 할 계획이던 간호사 바바라 페트루치(58)는 주가 하락으로 은퇴 기금이 바닥나는 바람에 오래 동안 일을 더 하게 됐다. 애틀란타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지금 은퇴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은퇴 한 그녀의 남편 네드(61)은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아직 구하지 못했다.
고령자도 직장 안 떠나 취업 더 힘들어
유럽 등 복지 국가는 은퇴 패턴 안 바뀌어
이들 계획이 뒤틀린 것은 401K 플랜 때문이다. 30년 전 기업 연금 보조 수단으로 등장한 이 플랜은 이제 연금 대체 수단이 됐다. 이번 불황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이 플랜의 부작용이다. 경기가 좋아 기업이 사람을 더 필요로 할 때는 은퇴자가 늘어난다. 주가가 올라 은퇴 자금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경기가 나쁠 때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퓨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62세 이상 응답자의 40%가 불황 때문에 은퇴를 연기했다. 소셜 시큐리티 당국은 작년 이 나이 대 미국인 230만 명이 소셜 시큐리티를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뉴 스쿨의 경제학 교수인 테레사 길라두치는 “401K 플랜이 안정을 깨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은퇴 자금의 손실은 정책 입안가들로 하여금 미국이 건강과 실업뿐만 아니라 은퇴자를 위한 보호망을 강화해야 아닌가 하는 문제를 논의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개개인의 재정 위험을 줄이는 것이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자금을 한데 모으는 것이 직원들이 일자리를 바꾸는 것을 쉽게 하고 투자 수수료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안은 세법을 고쳐 저축을 장려하고 위험한 투자를 피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개인이 독자적인 은퇴 적금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부터 일부 주들은 개인이 투자 자금을 모아 일자리를 바꿔도 가져갈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추진해 왔다.
세계 금융 위기에도 불구, 사회 보장 제도가 잘 돼 있는 나라 국민들은 예정대로 은퇴를 하고 있다. 작년 미국에서는 65~69세 사이 고령자의 1/3이 일하고 있었으나 프랑스에서는 이 나이 대에 일하는 사람은 4%밖에 안 된다.
유럽은 단지 의료제만 사회주의화 된 것이 아니라 은퇴제도 그렇다. 연금제도 경제 위기 상황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은퇴 자금은 보통 세군데서 나온다. 정부 연금, 기업 연금, 개인 저축 등이다. 다른 선진국은 정부 연금이 이중 큰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인은 평균 수입의 45%를 소셜 시큐리티로 받는다. 반면 은퇴 제도가 가장 잘 돼 있는 덴마크의 경우 은퇴하면 정부가 수입의 91%를 대준다. 덴마크 헬러럽의 옌스 소렌슨(63)은 “금융 위기는 나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기구에 쓰이는 폴리머를 만드는 켐필로트라는 의료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은퇴하면 그의 수입은 20% 정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시 63세인 아내 로네는 TV 제작 회사에서 일하다 이미 은퇴했다. 이들은 모두 전국민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는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고도 최소 75세까지는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 다음에는 개인 저축을 깨야 할 것 같다.
물론 이런 제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복지 혜택 때문에 덴마크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세 부담을 지고 있다. 갈수록 고령화 현상도 심화돼 이런 복지 재원을 마련할 근로자 수도 줄고 있다.
그 대책으로 몇몇 정부에서는 근로 연한을 늘리려 하고 있다. 정부가 은퇴 연령을 현 60세에서 상향 조정하려 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노조의 반발이 심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다. 영국은 이보다는 좀 낫다. 은퇴 연령을 현 65세에서 68세로 올리는 안이 통과됐다. 단 시행은 2044부터다.
은퇴 연령을 높이는 것과 발맞춰 일부 유럽 국가는 재정 위험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것이 오래 됐지만 문제는 자격도 없고 의사도 없는 일반 개인이 이런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56~64세의 미국인 25%가 401K의 9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은퇴를 앞둔 사람들로서는 위험한 결정이다. 재정 계획 전문가인 릭 샤피로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런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다”며 “배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다른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에 큰 일이 나기 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주의를 기울이는 투자가라고 손해를 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금융 위기로 투자금의 35%를 날리고 아직 거의 회복하지 못한 페트루치는 “우리는 보수적으로 투자해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도움을 기대하기 보다는 자립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성향은 이번에 큰 손해를 본 사람들 가운데서도 강하게 남아 있다. 그는 “나는 은퇴를 가족이나 아이들, 정부 등 다른 사람 손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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