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지나고 상황 호전되자
규제강화·정부 통제 외면
고액 보수·파생상품 개발 등
모럴 해저드 다시 고개 들어
작년 9월 리먼 브러더스의 도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세계 곳곳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과도한 리스크와 차입으로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금융권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비등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호전되면서 금융권의 행태는 과거로 복귀하고 있고 금융개혁은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와 개혁의 목소리는 점차 사라지는 반면 고액의 보수 지급 관행과 복잡한 파생금융상품 개발 등의 행태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 호전에 금융권 과거 회귀
작년 9월12일 11,422를 기록했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3월9일 6,547을 기록, 약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그동안 100개 이상의 은행이 문을 닫았고 연방정부는 은행에 2,000억달러 이상의 국민 혈세를 쏟아부었다.
대형 금융회사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신세로 전락했고 ‘금융제국’을 꿈꾸던 시티그룹은 사실상 국유화라는 치욕을 경험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상황이 호전되면서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주가가 상승하고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기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과거의 행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았던 대형 은행들은 시장의 호전으로 수익이 나자 그동안 손실을 감내했던 주주들은 외면한 채 규제에서 벗어나려고 앞다퉈 구제금융 자금을 갚아버렸다.
이들 은행의 최대 수익은 아직도 주식이나 채권, 상품, 통화 등을 단기거래하는 트레이딩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5대 은행의 트레이딩 관련 매출은 560억달러로, 작년 상반기 220억달러의 2배를 넘었다.
▲모럴해저드 다시 고개
고액의 보수를 지급하면서 핵심 인재를 잡아두려는 관행도 달라질 기미가 없다. 올 상반기 상위 5개 은행이 직원보수를 위해 유보한 자금은 610억달러로 1년 전의 650억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수 만명의 직원들이 해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지급액은 오히려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은 파생금융상품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연방 통화감독청(OCC)의 집계결과 지난 3월 말 현재 미국 금융시스템 내에 파생상품의 명목가치는 14조6,000억달러로, 3개월 전보다는 8% 줄었지만 3년 전 5조5,000억달러에 비하면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금융개혁 논의는 뒷전
연방 정부는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개혁안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금융권의 반대 로비와 정치권의 정쟁, 정부 부처내 영역싸움 등으로 인해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의회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정부에 강력한 권한을 실어달라고 촉구했지만, 진전은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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